[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카카오톡은 유료화를 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습니다. 카카오팀이 그리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2012년 4월 카카오 공지사항)
지난 2012년 4월 28일, 카카오톡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동안 서버 장애로 인해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이미 44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였던 만큼 전 국민의 시선이 카카오라는 회사로 쏠렸고, 이를 계기로 직전해 적자가 15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총자산(169억원)에 맞먹는 규모였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무료로 서비스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카카오톡이 유료화될 것 같다”는 우려가 퍼졌다.
카카오톡이 지난 2012년 5월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전한 공지사항.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카카오톡을 유료화할 계획이 없다는 카카오 측의 긴급 공지는 이같은 이용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약 한 달 뒤 카카오톡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전한 공지사항에서도 카카오는 “여전한 걱정에 다시 한 번 예전 공지 내용을 일부 퍼온다”며 유료화 계획이 없음을 강조한 뒤 “그저 앞으로도 서비스 계속 잘 이용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이 가장 소중한 무형의 자산”이라고 했다.
9년이 지난 지금, 당시 카카오의 ‘당찬 초심’이 회자되고 있다. 여전히 카카오톡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광고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 현재는 카카오톡 채팅 탭에 들어가자마자 최상단에 광고가 노출된다. 선물하기, 이모티콘, 게임, 카카오페이 송금하기 등 서비스로 연결되는 ‘더보기’ 탭을 누르면 화면 하단에도 광고 이미지가 보인다.
카카오톡 화면 내 광고판을 배치하는 방식(비즈보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지난 2분기 카카오의 비즈보드 매출이 878억원(교보증권 추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평균 1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셈인데, 톡비즈 사업이 도입된 2019년 말과 비교해 2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이용해 광고 수익을 본격화 것은 2014년부터다. 당시는 기업 고객이 위주였다. 기업마케팅 공간인 ‘플러스친구’나 중소사업자용 광고 플랫폼인 ‘옐로아이디’가 대표적이다. 옐로아이디는 카페나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채널로, 문의하는 고객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고객에게 건당 일정 금액을 내고 쿠폰을 보낼 수도 있었다. 기업 홍보 메시지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소개할 수 있는 ‘브랜드 이모티콘’도 광고 상품으로 운영했다.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카카오톡 대화목록 상단에 채팅방 목록 1개 크기의 배너광고를 삽입하는 톡보드 사업을 2019년 초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광고판 확장에 나섰다. 현재는 카카오톡 외에도 카카오페이지, 웹툰,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으로도 비즈보드 사업을 확대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상단 배너에 동영상 광고를 실을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배너광고 내 동영상 재생 버튼을 클릭하면 채팅방 목록 2개 크기의 동영상이 재생되는 방식이다. 현재는 소규모의 광고를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 향후 이를 전면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용자들은 광고 영역이 많아지고 다양화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비즈보드 사업이 카카오의 플랫폼 광고를 이끄는 핵심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비즈보드, 이모티콘, 선물하기 등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지칭하는 ‘톡비즈’의 매출은 톡보드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9년 1분기 1269억원에서 지난 분기 3905억원으로 3배 급증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즈보드, 톡채널, 알림톡으로 이어지는 매출 선순환 효과로 톡비즈의 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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