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
한앤컴 PBR 0.36배로 사들여
신속매각·염가인수 이해 맞아
탈 많던 남양유업의 주인이 마침내 바뀌었다. 재무적으로만 보면 매도자인 홍원식 전 회장 일가나, 매수한 한앤컴퍼니 모두에 회심의 거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영에서 물러나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홍 전 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긴 점이다. 한앤컴퍼니는 이 틈에 알짜 회사를 단숨에 삼켰다.
남양유업은 올 1분기 매출 2309억원에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다. 손손실은 85억원 남짓이다. 유동자산이 5125억원으로 현금성자산만 936억원에 달한다. 8686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포함한 자기자본은 무려 8515억원인데, 부채는 1379억원에 불과하다. 유동부채는 고작 994억원 뿐이다.
이번 주식 매매는 1주당 82만원에 이뤄졌다. 계약체결일 27일 종가 43만9000원 기준 86.8%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통상 30~50% 수준 보다 훨씬 높다.
남양유업 실적과 주가가 급락한 것은 홍 전 회장 일가의 잘못된 경영 때문이었다. 최대주주 리스크만 사라진다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 이후 주가가 폭등한 것은 그 반증이다. 홍 전 회장은 최근 경영 퇴진 선언과 함께 다급하게 경영권 매각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이 결국 그의 마지막 경영권 행사가 된 셈이다.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의 사위인 한상원 사장도 재빠르게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토종 사모펀드의 간판이 된 한앤컴퍼니에게 3000억원 정도의 유동성은 단기간에 마련할 만한 액수였다.
한앤컴퍼니가 52.63%의 지분을 사는 데 치른 가격은 3107억원으로 순자산의 겨우 36.5%다. 사모펀드의 가장 보편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법은 일단 경영효율화와 주주가치 제고다. 비용을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돈 안되는 사업이나 사람을 정리하는데 과감하다. 배당을 늘리면 투자회수와 함께 주가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단순히 접근해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 규모면 산술적으로 당장에라도 인수대금을 모두 뽑을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대만 유통기업 퉁이그룹에 매각한 경험도 있다.
매일유업은 남양유업 보다 매출액이 크고, 영업이익률도 높지만 자기자본(4600억원)은 절반 수준이다. 한앤컴퍼니가 배당확대와 경영효율화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수익을 내며 투자를 회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중국의 우유소비 급증으로 유제품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전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에서 물러났더라도 최대주주로 남아있었다면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거액의 현금이라도 지키는 게 ‘경영에서 물러난’ 홍 전 회장의 마지막 경영 판단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