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25만가구, 수도권 2년치 수요에 불과”
공급 부족 누적되고 유동성 풍부해 집값 급등
향후 10년간 수도권 100만~120만 가구 수요…정비사업 막아두면 안돼
현재는 집값 상승기의 마지막 단계 와있어
2·4 대책, LH사태·서울시 갈등으로 차질 예상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 [김진유 교수 제공]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집값 상승의 단초가 된 건 누적된 공급 부족입니다. 가구 분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가구 분화 속도를 잘 이해 못한 상태에서 공급이 많다고 생각하고 2~3년 동안 공급에 소홀했죠.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이것이 주택공급 부족과 맞물리면서 수요가 폭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 년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의 혼란에 대해 “공급 부족이 누적되고 유동성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파트 실거래가와 거래량이 시세에 미치는 영향, 주택임대차시장 안정화방안 등에 관한 논문과 ‘주거복지, 길을 묻다’, ‘전세’ 등의 책을 쓴 주택·도시계획 전문가다.
김 교수는 3기 신도시(교산·창릉·왕숙·대장·계양·광명시흥) 25만가구 공급 계획은 수도권의 2년치 수요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서울과 경기도만 따져서 1년에 15만 가구 정도 수요가 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수요가 줄어들어 2030년이면 연간 10만가구 정도로 예상돼요. 향후 10년간 100만~120만 가구의 수요가 서울·경기도에서 발생해요. 3기 신도시 5곳 18만 가구에 광명·시흥 7만 가구 합해 총 25만가구로 수도권 2년치 수요에 불과합니다.”
김 교수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선 집값 상승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했다. “가격 자체가 이미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면서 “보유세와 대출 규제 등을 극복하고 주택 가격이 상승해도 계속 따라가면서 추격 매수를 할 사람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71억원 전세 계약 등 일부 강남권 아파트 신고가 거래에 대해선 보통 시민들과 관계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주목해야 할 건 오세훈 시장발 재건축·재개발 완화 기조에 따라 나타나는 은마아파트, 강북 재개발 지구의 가격 상승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세훈 시장이 투기 차단 조치를 한 다음에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겠다고 하는데, 투기 차단을 위해 정비사업을 계속 막아두면 ‘폭탄 돌리기’가 된다”면서 “3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을 언젠가는 재건축을 해야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가격이 오르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노후도가 심한 지역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며 내놓은 2·4 공급 대책의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특히 도심 공공 사업을 하려면 서울시의 도시계획 변경,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추진 속도가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공공사업에 대한 신뢰와 추진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도시를 통한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민간 활력으로 정비사업을 끌고 가려는 서울시와 부딪히는 면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을 경우 국민적인 지지나 실행력이 확보된 택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 계획의 상당 부분이 연기되거나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H 땅 투기 사태에 대해선 불투명한 방식의 택지개발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택지 개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정보를 갖는 일부 사람들이 투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LH 내부 혁신과 더불어 택지 공급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가 도입을 주장하는 건 택지를 미리 확보하는 ‘토지 은행’ 방식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가 90% 정도 땅을 소유하고 있고, 일부 토지는 쓰고 일부는 남겨 놨다가 주택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면 땅을 풀어 주택을 공급한다. 수십 년 전에 수용한 땅이기 때문에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지구로 지정돼도 투기꾼이 그 옆에 땅을 살 수 없다. 김 교수는 "우리도 장기적인 주택 수요에 기반해 택지를 미리 확보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주택학회 프롭테크빅데이터연구소장이기도 한 프롭테크(Prop Tech) 전문가다. 그는 향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결합한 프롭테크로 인해 부동산 거래 분야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AI를 통해 자동으로 부동산 가격을 추정하고 가상현실(VR)로 해당 물건에 대해 사이버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등기부등본상의 권리나 은행 대출 관계를 자동으로 확인해주기 때문에 거래 사고를 줄이고 거래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높은 기술적 수준에 비해 법·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프롭테크가 현실화하려면 3~5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오는 26일 개최되는 ‘헤럴드부동산포럼 2021-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지속 가능한 주택 공급 방향’의 발표자로 나선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스마트시티를 향한 도심 주거환경 구축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해외 주요 나라 도시들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개선 사례 등을 통해 도심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줄 계획이다.
자세한 의견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리는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1’에서 들을 수 있다. 포럼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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