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조직 혁신에 방점을 찍은 인사
임명과 동시에 업무파악…26일 취임식 예정
주택 비전문가 한계 우려 속
혁신 위해 외부 인사 적합하다는 판단도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 [국세청 제공]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국민은 가난한 것보다 공정하지 못한 것에 분노합니다. 우리 사회의 투명하지 못한 영역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음성적 탈세가 근절되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김현준 당시 국세청장의 퇴임사 중 한 구절이다. 평소 공정과 경영 혁신을 강조해온 그의 철학을 담았다.
신도시 땅투기 의혹 등으로 조직 쇄신이 시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에 김현준(53)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LH 사장 자리는 변창흠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고 자리를 떠난 뒤 4개월 넘게 비어 있었다.
김 사장은 임명과 동시에 업무 파악에 들어가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경남 진주의 LH 본사에 출근해 바로 업무 보고를 받았다. 26일 취임식을 통해 향후 쇄신 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그의 기용을 두고 내부 기강 바로잡기에 우선 순위를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LH 사장 자리에 정부 부처나 건설업계 출신이 아닌 인물이 임명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차관급 고위공무원을 지낸 인사가 LH 사장에 임명된 것도 처음이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합병으로 탄생한 LH의 초대 사장 이지송 사장은 건설사(현대건설) 임원을 지낸 인물이었다. 2~3대 이재영·박상우 사장은 모두 국토교통부 실장급 공무원을 지냈고, 4대 변창흠 사장은 LH 사장 전까지 대학교수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국세청 출신인 김 사장 인선 자체가 파격이다. 예상을 깬 그의 기용에는 약 2만명 규모의 거대 조직 운영과 투기세력 처단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H 조직혁신 최우선’이라는 특명을 받은 셈이다.
김 사장은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 탈세 등을 다루는 조사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3개월간 국세청장을 지내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국세 행정개혁 등에서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임직원 9318명(지난달 기준)의 거대 조직인 LH의 조직 쇄신을 최대한 빨리 실행하는 한편, LH 본연의 기능인 주택 공급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서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 대행은 다음달 중 LH의 기능 조정과 조직 쇄신 등을 담은 혁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혁신안에 대한 LH 내부 반발도 잡음없이 대처해야 한다. 그는 국세청장 재직 시절 쇄신을 주도하면서 ‘칼 같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LH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신고·등록 및 검증시스템 구축 등 내부 통제 강화 방안 마련 등 시급한 현안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2·4 공급대책 등 주택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 등도 차질없이 이끌어 내야 한다.
일각에선 주택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 시장이나 공공 주택 등의 분야에 대한 경력이 없어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 LH의 기능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LH를 추스리기엔 김 신임 사장이 적임자라는 기대도 많다. 내부의 기강해이 문제를 수습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추진력 있는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LH 개혁과 주택 공급 확대 등 현안 과제를 차질없이 실행해 LH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김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