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도전자 중국 견제도
한반도서 같은 논리 적용될 수도
美국익 최우선시 따른 피해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기념 중요 예술단체 합동공연 '영원히 당을 따라'를 관람하면서 마주 보며 웃고 있다.[연합]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걸어가고 있다.[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대만에 천문학적 금액의 무기를 판다. 눈에 가시 같은 도전자 중국도 견제한다. 돈도 벌면서 '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다)도 한다.
더 바랄 나위도 없다. 금상첨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꽃놀이패 얘기다.
문제는 바이든이 한반도에도 똑같은 수법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치명적인 바이든의 꽃놀이패는 중국과 대만을 지금보다 더 갈라놓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남북을 갈라놓을 경우, 문제는 커진다.
남한은 몇년간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미국 무기를 구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반발할 것이다. 남북 상호간에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을 겨냥해 위협의 극치에 다다를 것이다.
자칫 잘못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북한이 선을 넘고,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들어가면 한반도에 아수라판이 벌어질 것이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미국의 시나리오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북한을 4분할해 통치하는 방식이다. 이는 2009년 9월 미국 국방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국방정책 4개년 보고서(QDR)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내용이다.
▶북한 붕괴하면 미·중·일·러 점령 시나리오…북한 붕괴시 극익 극대화?=이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과 황해남북도는 유엔이 점령하고, 강원도는 미국과 일본, 함경북도는 러시아, 함경남도와 평안남북도 및 자강도와 양강도는 중국이 점령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8월 '원전반대그룹'이라는 단체가 해킹한 문서에 따르면, 관련 내용은 조금 달라졌지만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한국에 떼주기로 한 것이 수정의 골자다. 그 외 함경남도와 평안북도 및 자강도·양강도는 예전 계획대로 중국이, 함경북도는 러시아가 점령하도록 했다. 평양과 강원도는 미국·일본에서 미국 단독으로 수정됐다.
2015년 '원전반대그룹'이 공개한 북한 분할 시나리오 보도 장면.[사진=MBN 캡처] |
정리하면, 북한 붕괴란 주변 4개국의 꽃놀이패란 얘기다.
이에 따르면 남북 갈등이 심화되고 급기야 북한이 붕괴에 이를 경우 미국의 국익은 극대화된다. 미국이 애써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고,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올라서도록 지원해줄 동기가 크지 않은 셈이다.
물론, 미국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해 붕괴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을 경우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북한에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뻔했지만, 끝내 주지 않았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얘기다. 앞으로도 주지 않으려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원하지 않는 요구사항을 끝까지 내걸어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북미 핵협상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북한의 先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선비핵화를 받아들이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북한의 선비핵화를 거부해왔다. 후임자 바이든의 요구라고 해서 들어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리비아의 독재적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미국의 선비핵화 요구를 들어준 이후 벌어진 내전에서 사살당한 것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능력의 핵심인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 대신 이러한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북미 양자가 단계적으로 취할 조치를 취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트럼프가 응할 거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트럼프는 거부하고 세기의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
어렵게 성사시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우연이었을까. 오히려 국익을 추구한 미국 정부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만 무기 수출' 효과=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무기를 수출할 예정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의 무기수출계약에서 자주곡사포 40기가 판매된다면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대만 지원 의사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침공을 저지할 장비와 기술을 대만에 충분히 공급한다는 내용의 안보조약을 대만과 체결한 상태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에 도전하는 현 국제 정세 속에서 이러한 미-대만 안보조약은 비싼 무기도 판매하고, 중국 견제도 하는 일거양득의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은 대만에 80억달러(8조9천억원) 상당의 20가지 무기를 판매했다. 이번에 판매되는 자주곡사포 역시 트럼프 재임 당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 의지를 갈수록 높히고 있다.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이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국익이 걸린 사안"이라며 "중국으로서는 양보의 여지가 없으며, 미국과 대만이 어떤 형태로든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화상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에게 냉전과 제로섬 방식의 사고 방식을 거부하고, 신냉전과 이념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어떠한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 견제 전략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개입 움직임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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