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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슈퍼리치의 슈퍼머니 6조 달러…자본시장의 ‘야누스’
패밀리오피스 자산 헤지펀드 3배
‘빌황 사태’ 대규모 차입위험 경고
규제강화시 시장변동성 촉발가능
투명성 높은 ‘임팩트 투자’ 늘수도

빌 황이 운용하던 아케고스캐피탈(Archegos Capital)의 대규모 마진콜(margin call) 사태로 패밀리오피스(FO)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은밀하게 운용되는 천문학적 자금이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변수가 될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초거액자산가(super-rich)의 자금은 적극적인 수익추구를 하면서도 사회적 체면을 유지해야 하는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들의 투자 철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문을 대상으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는 단일 가문에 집중하는 싱글형(SFO)과 여러 가문에 서비스하는 복수형(MFO)으로 나뉜다. 자산운용, 회계, 부동산 관리, 법률자문, 여행, 교육 등 SFO의 종합서비스를 받으려면 가문 자산이 최소 5억 달러는 돼야 한다. 보통 12명 이상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는 SFO는 19세기 초 록펠러 가문부터 근대화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현재 대기업 오너, 중동 왕가, 러시아 에너지 재벌 등이 고객 가문이다. 월마트의 월튼패밀리(1670억 달러),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1078억 달러)가 최대 규모다.

FO들이 보유한 자산은 약 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헤지펀드 자산의 3배가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으로 금융 규제를 강화했지만, 이 때 SFO에 대한 등록과 정보공개 규제는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리콘밸리 등으로 억만장자 수가 늘어나면서 SFO 수요는 급증했다. 현재 1만여개가 넘는 곳이 성업 중이다. 이번 아케고스캐피탈 사태로 FO가 총수익맞교환(TRS) 등 각종 복합 파생금융 상품 등으로 시장에 얽혀있음이 확인됐는데, 변동성 확대 시 불확실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2019년 UBS의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식 비중이 무려 32%다. 그리고 약 49%의 SFO가 기술주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해 코로나19 이후 엄청난 수익률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SFO 운용역 가운데는 공격적인 성향의 헤지펀드를 운용했던 이들이 적지 않다. 만약 이때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투자은행(IB)을 통해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다면 주가 하락 시 아케고스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이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이를 통한 시장 위험 점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큰 부자일수록 자신들의 자산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규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차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미 SFO에 자금을 대여한 투자은행들 간의 정보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큰 손’ 투자자의 조기 탈출은 자칫 연쇄 투자 이탈의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좀 더 멀리 내다봐 슈퍼리치의 자금운용이 투명해지는 시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FO들의 또다른 투자 특징은 임팩트(impact)다. 투자의 연쇄 효과로 ESG 파장을 확산하는 게 임팩트 투자다. 교육, 식량, 에너지, 건강, 환경보호·주거개선은 FO의 5대 임팩트 테마다. 슈퍼리치의 돈이 미래에 어디로 흘러갈 지 한번 쯤 생각해 볼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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