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 특혜시비
작년 한 해동안 집값, 땅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두말할 필요없이 세종시다. 행정수도 이전까지 언급되면서 이같은 상승세를 보였다. 세종시 거주자라고 밝힌 한 국민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정부 차원의 조사단을 파견해 세종시에도 공무원 투기 사실이 있는지 전수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세종시 새롬마을 아파트단지 전경.[카카오맵 갈무리]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작년 한 해동안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단연 세종시다. 그러다보니 세종시에도 공직자들의 투기 실태가 있는지 대대적으로 파헤쳐야 한다는 국민 여론도 함께 커지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한 청원인은 “세종시는 행정수도 일환으로 정부와 LH가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계획도시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산 현장”이라며 “로또지역 세종시를 제껴놓고 LH직원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것 마냥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시 거주자라고 밝힌 또다른 청원인은 정부 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요청했다. 그는 “세종시는 새롭게 도시가 건설되면서 아마 규모로 따지면 광명시흥 신도시의 몇배는 되서 LH 직원들이 더 해먹을게 많았을 수도 있다”며 “광명시흥 신도지 예정 지역에서 일어난 LH 직원들의 투기를 보면서 세종에서도 유사한 행태의 투기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시의 토지 지분 쪼개기 현황을 살펴보면, 청원인들이 갖는 의구심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는 듯 하다.
토지 지분 쪼개기는 특정 법인이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싼값에 매입한 뒤 수십 명 이상 공유 지분으로 나눠 비싸게 되파는 행위다.
지난달 세종시 조사 결과 시내 임야 가운데 2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된 토지는 381필지로, 이 중 100명 이상 공유 지분 토지도 52필지나 됐다.
연서면 기룡리 한 야산의 경우 한 필지를 공유한 소유주가 770명에 달했다.
또 한 법인은 최근 3년 새 연서·전동·전의면 소재 수십 필지의 임야를 사들여 1800여 건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과 의원이 부인·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지역 4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감사원에 이와 관련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세종시는 부동산 투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라며 정부가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세종시도 조사 범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세종시는 전날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직전 부동산을 사들인 공무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공무원의 부지 매입 시기는 연서면 일대가 산단으로 지정되기 6개월 전인 2018년 2월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서면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기 전 토지 필지 거래 건수가 4배가량이나 급증했다. 지정 수개월 전부터는 대부분 인적이 없는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땅은 이러한데, 아파트는 어떨까.
무엇보다 중앙행정·공공기관이 세종시로 대거 이전하면서 기관 종사자들의 주거난 해소와 보상 차원에서 마련된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가 공무원들의 아파트 투기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멀리서 이사를 해야 할 기관 직원들에게 낮은 경쟁률, 취득세 감면·면제, 이주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면서 아파트를 공급한 제도다.
2010년 마련된 이 제도로 공무원들이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지어진 아파트 10만여채 가운데 약 2만5000채를 가져갔다. 특별공급은 일반분양보다 경쟁률이 대폭 낮을 뿐 아니라 제도 도입 당시에는 세종 이외 지역의 다주택자도 청약을 허용했다. 이사비 지원과 취득세 감면·면제, 특별공급 탈락 시 일반공급으로 재지원이 가능한 혜택도 있었다.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4.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으로 분양가는 시세 대비 수억원이 저렴해 ‘당첨만 되면 로또’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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