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연장·GTX노선 따라 몰리는 수요
“아파트 사자” 매매수급지수도 최고 수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경기권 아파트값이 지하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역 신설 등 교통 호재에 힘입어 치솟고 있다. 시장은 정부가 예고한 ‘특단의 공급대책’보다는 당장 가시화한 호재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심리는 더 강해져 관련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올라 지난주(0.31%)에 이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특히 경기가 지난주 0.42%에서 이번 주 0.46%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 고양 덕양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경기에선 고양시 덕양구가 이번 주 1.05%가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고양시(0.87%)에선 일산서구(0.78%), 일산동구(0.69%) 등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는 수도권 전세 대란에 이어 지난해 11~12월 김포와 파주가 연달아 규제지역으로 묶인 영향으로 일산 등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규제지역이긴 하지만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여기에 GTX-A노선 창릉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광역교통개선대책(지난달 29일)은 덕양구의 집값을 더 밀어올렸다. 덕양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 들어 4주간 1.25→1.06→1.10→1.05%로 1%대를 이어가고 있다.
일대 단지들은 ‘10억 클럽’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는 이달 5일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3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데서 2억8000만원 가격이 뛴 것이다. 삼송동 삼송2차아이파크 전용 84㎡는 10억원에 손바뀜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8억9750만원이었다.
경기권에서는 이번 주 남양주시(0.96%)와 의왕시(0.91%), 양주시(0.71%), 의정부시(0.68%), 군포시(0.63%), 용인 기흥구(0.62%), 성남 분당구(0.46%), 안산시(0.45%)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을 위해 지하철 9호선 연장, 고양선 및 GTX역 신설 등 대책을 확정한 이후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말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개지역 [한국부동산원] |
안산에서는 상록수역이 GTX-C노선 회차에 활용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일대가 들썩였다.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본오주공아파트’ 전용 39㎡는 이달 26일 2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 1억515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구체적인 회차 및 정차역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지만, 기대감만으로 호가가 2억원 이상 뛰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주변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정부가 예고한 ‘특단의 공급대책’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왔지만 매수 열기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8.1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기의 해당 지수는 124.3으로 역시 역대 최고치다. 이 지수는 0~200 사이로 표현하는데,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당장 공급대책을 앞둔 상황이지만 이것이 현실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시장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공급대책을 기다리기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호재가 살아있는 저평가 지역에 일단 수요가 몰리게 되는 것”일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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