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단독견인엔 한계
글로벌 자금의 힘 필요
미국→신흥국 전환돼야
내년엔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화식열전’만 홀로 예상했던 코스피 3000은 이제 곧 다가올 현실이 됐다. 지금 주식을 사는 이들에게는 코스피가 3000 보다 훨씬 더 올라야 의미있는 수익이 가능하다. 수급이 중요하다. 주식을 파는 이가 있어야 살 수도 있다. 증시 주도세력을 잘 읽어야 한다.
2004년 1000을 하회하던 코스피를 2007년 2000까지 끌어올렸던 주체는 기관이었다. 이 때 기관의 자금 줄은 개인자금이 주축인 공모펀드였다. 전세계적으로는 신흥국 투자열풍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외국인이 지수를 주도하며 2018년 2600선까지 닿았다. 글로벌자금의 큰 줄기는 시장 추세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와 절대수익을 목표로 한 헤지펀드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글로벌 자금이 주로 향한 곳은 미국이었다.
2004~2019년까지 누적으로 기관만 6조원 순매수였고, 외국인과 개인은 29조원 가량을 순매도했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개인이 무려 62조원을 직접 사들이며 시장 수급의 주체로 급부상했다. 기관들은 오히려 차익실현에 더 적극적이었다. 증시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내 주식가치가 불어나자 비중 조절에 나선 결과다. 특히 장기투자 자금인 연기금은 6월 이후 5개월 동안 6조원이 넘게 순매도했다.
2007년 주식형 펀드의 힘으로 2000 첫 돌파가 이뤄진 이후 코스피가 주춤했던 배경에는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차익실현이 있다. 올 8~10월 2300선 박스권을 뚫고 2700선 등정이 이뤄진 데에도 11월부터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의 힘이 작용했다. 3000 안착, 또는 그 이상의 상승에는 글로벌 자금이 우리 증시로 유입되어야 한다. 글로벌 머니무브(money move)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도의 모바일 혁신이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이 됐다. 2009년 900으로 시작한 S&P500은 지금까지 4배 넘게 오르며 3700선까지 정복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850에서 3410으로 2배가 채 오르지 못했고, 우리나라 코스피는 1130에서 2700으로 2.4배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의 급등에도 신흥국을 거들떠보지 않던 글로벌 자금이 최근 신흥국을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재고축적이 재개되면서 무역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기전자에 이어 화학, 해운, 조선 등의 업황개 선 조짐이 모두 뚜렷하다. 신흥국에 유리한 조짐들이다.
신흥국 경제의 유망함은 통화 강세로 나타난다. 올 환율하락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가 1위, 중국이 2위다. 외국인 입장에서 통화 강세는 환차익 기회다. 최근 영국, 룩셈부르크 등의 단기성 자금의 유입이 늘어난 이유다. 글로벌 자금의 주류은 패시브 자금이다. 한번 추세를 타면 상당한 관성을 보인다. 패시브 성격이 짙은 미국 자금이 11월 대규모로 유입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대가 앞서는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정책이다. 백신을 어떻게 보급할 것이며, 경기부양책은 언제 어느 강도로 실행할 지가 주요한 변동성이 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트럼프 시대에 짓눌렸던 세계화의가 부활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세계화는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비중확대와 직결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이 중요한데 14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자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2곳 모두에서 승리한다면 ‘블루웨이브’가 가능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실행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언택트, 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 강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