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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매매 심리지수 꺾였다?…진짜 심리 파악하는 법[부동산360]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 발표
KB국민은행 등 다른 주택매매 심리 지수 함께 파악해야
매수 심리 꺾였어도 여전히 매수세 ‘부글부글’?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수도권 주택 매매 심리가 약화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이 정도로 강력한 규제 대책을 쏟아내는데 더 오를 수 있겠나’ 하는 심리가 있는 게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주택 매매 심리 관련 세부 지수를 꼼꼼히 살펴보면 드러나는 게 있다. 당장은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곧 괜찮아 질 것이란 심리다. 어떤 지표를 보면 이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까.

먼저 국토연구원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가 있다. 전국 152개 시·군·구의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것이다.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물어 0~200 범위의 지수로 표현한다.

오른다고 예상하는 사람들과 내린다고 보는 사람들이 같으면 100이다. 100 이상이면 오른다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내린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어쨌든 100 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각종 주택심리지수 흐름.

국토연구원이 15일 발표한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달 155.5에서 137.5로 18.0포인트(p) 하락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7·10대책과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담은 8·4대책 효과라고 봐야 한다.

수도권에서도 지역적으로 분위기가 다르다. 경기도의 경우 전달 133.3에서 125.7로 7.6p 내렸고, 인천은 112.3에서 112.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도권에서도 세금 부담이 크게 증가한 서울 주택매매 소비 심리 위축이 더 심하다.

어쨌든 100 이상이어서 오른다는 사람들이 내린다는 사람들보다 많긴 하지만,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KB부동산가격전망지수는 오히려 상승세=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실제 사겠다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일까? 집값 전망이 나빠졌다는 의미일까?

조사대상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 접근 방법 차원에서 KB국민은행이 내놓는 부동산 관련 소비심리지수는 좀 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본적으로 KB국민은행의 조사 대상은 국토연구원과 좀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전국 4000여개의 회원 중개업소만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철저히 중개업소에 나오는 매물, 중개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조사 표본에 일반가구가 비중이 높은 국토연구원과 차이가 있다.

KB국민은행이 작성하는 소비심리지수는 세 가지 차원으로 산정한다. ‘매수우위지수’, ‘매매거래지수’, ‘KB부동산가격전망지수(이하 가격전망지수)’가 그것이다.

매수우위지수는 중개업자들에게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물어 작성한다. 매매거래지수는 거래가 ‘활발’한지, ‘한산’한지 분위기를 물어 뽑는다(실제 거래량 흐름을 보여주는 거래 지표와 달리 중개업자가 체감하는 거래 상황이란 점에서 심리지표로 봐야한다). 가격전망지수는 집값이 ‘상승’할지, ‘하락’할지 전망한 내용을 물어 작성한다.

이들 지표는 모두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과 같은 방식으로, 결과를 0~200 사이 범위로 지수화한다. 100을 중심으로 높으면 매수세가 높다(매수우위지수)거나, 매매가 활발하다거나(매매거래지수),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가격전망지수)는 뜻이다. 반대로 100 미만이면 매도세가 많다거나 매매가 한산하다거나,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거래는 안되는데 집값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인 이유는?= 부동산 관련 이런 세부적인 심리지수는막연히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준다. 세 가지 지표는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라면 같은 흐름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8월 경기도 매매전망지수는 111.9로 전월(110.6) 보다 1.3p 높아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매매전망지수는 113.0으로 전월과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경기도 매수우위지수는 81.0으로 전월(92.1)보다 11.1p 하락했다. 수도권 기준으론 매수우위지수가 90.8로 전월(104.8) 보다 하락하면서 100 밑으로 빠졌다. 매매거래지수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 매매거래지수는 17.5로 전월(33.0)에서 15.5p나 급락했고, 수도권 기준으론 17.4로 전월(35.3) 보다 20p 가까이 내려앉았다.

쉽게 말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면서 거래는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는데,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어떻게 이런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을까.

이런 소비심리는 시장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외부 충격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정부 규제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으면 일단 매수 희망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다. 매수우위지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니 매매거래지수도 빠르게 내려간다.

그런데 중개업자들이 느끼기에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매수 희망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건 집값이 떨어지길 기대하며 관망하는 것일 뿐 여전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매물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집값을 내리긴 보다 기다리거나 상황에 따라 심지어 더 올릴 수도 있다. 정부 규제 같은 외부 충격이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곧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올해 서울에서 3.3㎡당 1억원이 넘어 거래된 아파트 단지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3㎡당 실거래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는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로 3.3㎡당 1억8086만원에 거래됐다. [연합]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딱 그런 모습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도 안되고, 매물도 별로 없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거래가 잘 안되는 데 어쩌다 한 건 성사되면 그게 그 아파트의 역대 최고가인 경우가 수시로 발생한다. 이런 경우 중개업자들은 어떻게 느낄까. 한 중개업자의 표현을 빌리면 주택거래는 안되고 있지만 ‘저쪽 밑에서 여전히 매수세가 부글부글 한 상황’이다. 그러니 가격전망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주택 매매심리 지수는 따라서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수치에 주목해선 아무런 시사점도 얻기 힘들다. 현재 주택시장의 매매심리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지, 거래량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매매시장을 떠받치는 전세시장 흐름은 어떤지, 향후 주택 수급 여건은 어떤지 등 다양한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jumpcut@heraldcorp.com

※ ‘부동산 360’은 부동산시장의 트렌드(Trend)와 이슈(Issue), 사람(People)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내고,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사안의 핵심과 이면을 다각도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읽는 ‘팁(TIP)’을 ‘부동산 360’ 코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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