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부족명 ‘이로쿼이’보다 ‘휴이’ 애칭 선호
빈 자리는 신형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메워
수리온 파생형 소방헬기, 의무헬기 등도 전력화
27일 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열린 UH-1H 퇴역식 행사에서 강선영 항공작전사령관 등 장병들이 ‘휴이’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육군 제공]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52년간 육군의 항공전력으로 활약한 UH-1H ‘이로쿼이’ 헬기 중 퇴역을 앞둔 마지막 21대가 오는 31일부로 퇴역한다. UH-1H의 빈자리는 한국형 기동헬기(KHP)사업으로 개발된 국산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이 맡게 된다.
미 육군에서 1959년부터 운용된 ‘이로쿼이’는 최초 모델명이 ‘HU(Helicopter Utility)’여서 ‘이로쿼이’라는 본명보다 ‘휴이(Huey)’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불렸다. 이로쿼이는 미국 뉴욕 북부에 거주하던 모호크족 등 인디언 부족연맹 명칭이다.
육군은 27일 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강선영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주관으로 UH-1H 퇴역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고별 비행을 한 이로쿼이는 임무 종료를 신고했고, 육군은 조종사와 헬기에 화환을 수여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한편 해군이 운용하던 UH-1H는 퇴역하지 않고 당분간 현행 임무에 투입되거나 조종사 교육훈련용 등으로 계속 운용될 예정이다.
길이 17m, 폭 14.6m로 순항속도 185㎞/h, 최고 속도 230㎞/h인 이로쿼이는 육군에서 지난 52년간 총 129대가 운용됐고, 현재 21대가 운용 중이다. 지금까지 79만2000여시간 1억4600만여㎞를 비행했다. 지구를 3649바퀴, 지구와 달을 193회 왕복한 거리다.
▶국내 헬기공수 시대 처음 열어…1968년 육군 항공부대 창설=주 임무는 병력과 화물 수송이지만 관측·탐색구조·특수전 등 유사시 특수 목적 임무에도 투입됐다. 특히 UH-1H 운용과 함께 공수 특전대원들이 이 헬기를 타고 고공강하 훈련을 할 수 있게 돼 한국군의 첫 헬리본(heliborne·헬기공수)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미군이 1959년부터 운용했고, 우리 육군은 베트남전 참전을 계기로 이 헬기를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아 처음 운용하게 된다. 1968년 UH-1D헬기 6대로 구성된 제21기동항공중대를 서울 여의도에 창설해 1971년까지 운용했다. 1971년에는 UH-1D의 성능을 강화한 UH-1H 헬기를 도입했다.
UH-1D에 비해 UH-1H는 엔진 성능이 860마력에서 1400마력으로 향상됐고, 피토관(유속측정장치)의 위치와 배기구 방향을 변경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978년에는 오늘날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모체가 된 육군 제1항공여단이 창설돼 UH-1H헬기 등이 포함된 공중기동부대를 지휘했다. 육군 항공전력에 대한 지휘 체계의 일원화를 위한 조치로서 이후 육군 차원의 융통성 있는 항공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당시 제1항공여단 예하 제61항공단에 UH-1H만 운용하는 202항공대대와 203항공대대를 창설했다. 1980년대에는 201·204·205·206 등 4개의 항공대대가 더해져 지역별 운영이 가능해졌다. 201~206 등 총 6개 UH-1H 기동헬기대대가 전력화된 것이다.
27일 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열린 UH-1H 퇴역식 행사에서 고별비행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육군] |
▶각종 대침투작전과 대민 지원에 투입…올림픽·월드컵 때도 대테러 임무 활약=1998년에는 제21항공단 예하 207항공대대가 창설되면서 UH-1H 7개 대대가 총 129대의 UH-1H를 전력화해 현재까지 운용했다.
UH-1H는 군사훈련 및 작전은 물론, 다양한 군의 대민 지원활동에도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헬기는 1968년부터 1996년까지 울진·삼척 지구에 이어 화천·광천·대구·수원·강릉 등의 대침투작전에서 전투병력과 물자 공수, 지휘통제 등에 활용됐다. 1986년 충남과 전북 지역 산불 진압에 투입됐고, 1988년 7월 태풍 ‘셀마’로 충청과 강원 영서 지방에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UH-1H 60대, 500MD 9대가 투입돼 3000여명의 인명을 구조하며 활약했다. 그 밖에도 1996년 강원 고성 지역 산불 진화, 2003년 9월 태풍 ‘매미’ 피해 지원 등에 투입되면서 전국 각지를 활동무대로 삼았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에서도 UH-1H는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성화 봉송 헬기를 엄호하고, 항공 의무후송 및 대테러 대비 긴급출동작전 대기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24시간 대기태세를 유지했다.
퇴역하는 UH-1H 헬기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이 대체한다.
육군 관계자는 “수리온은 기존 노후 헬기에서 미흡했던 탑재 능력과 생존성을 개선했고, 항법 능력을 보강해 주·야간 전천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소방헬기·의무후송헬기 등의 전력화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무후송헬기 ‘메디온’은 정밀항법장비와 의무장비를 보강해 최전방지역에 거점 단위로 배치돼 응급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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