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교의 개학이 수차례 연기된 끝에, 9일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규모의 교육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교육 전문가가 필요성을 제기해 왔던 컴퓨터 활용 교육,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 방식) 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을 포함, 초중고교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쩌다 온라인 교육’의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격차로 인해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와 관련한 불만을 갖지 않도록 시험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철저한 관리도 요구된다.
아직은 코로나의 심각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인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코로나 이후 사라지게 될까 우려된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을 인공지능(AI) 시대 교육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 분야 중 하나다. 에듀테크로 일컬어지는 온라인 교육 혁명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은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향 강의를 진행하는 근대식 학교교육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공지능 교육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의 학습 이력·속도에 맞춰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안내해 주는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이 가능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대학의 연구소, 민간 기업 등이 협력해 적응적 학습이 가능한 지능형 학습 시스템(ITS·Intelligent Tutoring System)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많은 학교에서 민간 ITS를 구입, 학생들에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사는 ITS를 활용해 학생별로 개별화된 진도를 적용할 수 있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수업 등 창의적 교육 활동도 할 수 있다. 학생은 학습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언제든지 ITS를 활용해 보충 학습을 할 수 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교육의 혁신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창의적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미래 교육을 위한 시설부터 마련해야 한다. 첨단 교실을 활용해 수업을 혁신할 교원의 창의적 교육 역량을 계발해야 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교수·학습·평가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혁신적 투자를 바탕으로 대학 연구소, 국책 연구기관,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모두 힘을 모아 미래 교육의 비전을 함께 실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