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없이 ‘원격 수업→EBS’ 급선회
“저학년 쌍방수업 어렵다” 우려 반영
원격수업 준비·안내 교사들 허탈
학부모 “차라리 전 초등생 EBS로”
교육부가 5일 ‘초등학교 1·2학년 원격수업 방안’을 내놨지만, 갑작스런 발표에 일선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개학일까지 빠듯한 기간 동안 스마트 기기 수요 조사에다 e-학습터와 원격수업을 준비하던 교사들은 괜히 헛수고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초등학교 1~2학년은 이달 20일 온라인 개학을 한 뒤 스마트 기기가 아닌 EBS 방송과 가정학습 자료를 중심으로 원격수업을 듣게 된다고 밝혔다. 6일부터 지상파인 ‘EBS 2TV’에서 방영하며, 국어·수학 등 교과 관련 방송은 물론 ‘미술 탐험대’, ‘와글와글 미술관’, ‘소프트웨어야 놀자!’ 등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까지 시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16일(초 4~6학년), 20일(초 1~3학년) 온라인 개학 전에 각 학교에서는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꾸러미’를 가정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학습꾸러미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글 따라쓰기, 숫자 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하는 학습 자료가 들어가게 된다. 출석은 담임교사가 학부모들과 개설해둔 온라인 학급방의 댓글,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한다.
이 같은 갑작스런 발표는 초등학교 1~2학년생은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해도 40분간 집중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달 31일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교육으로 학습공백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 온 교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사는 “힘들게 화상수업 앱 깔고 학부모님께 한분한분 전화로 안내드리고 주말 내내 개별 테스트하고 사전연습하고 있는데, 어이가 없다”며 “학부모들 문의가 오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도 “지난 주까지 초1 원격연수 온라인클라스 만들고 학부모 모두 가입시키고 2주 수업계획안도 다 내고 수업 동영상까지 다 찍어놨는데, 교육부는 계속 말 바꾸면서 당장 해놓으라고만 한다”며 “이젠 학습꾸러미를 만들어야 하는데, EBS 방송에 뭐가 나올지 알아야 만들지 않냐”고 허탈해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교육부가 왜 시간만 낭비하게 하고 현장에 혼란만 주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공문도 없고 지침도 없는데, 학부모들이 전화하면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오는 8일 시도교육청에 안내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몇몇 초등학교들은 지난 주 학부모들에게 e-학습터에 가입하라고 공지했다.
초등 1학년 학부모인 한모 씨는 “우리 아이 선생님은 지난 주에 e-학습터 가입하라고 연락해주셨는데, 학교가 항상 늦는 것 같다”며 “자꾸 번복되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전부 다 EBS 수업으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원격수업은 초등 3~6학년생도 집중 못하는 만큼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지난 달에도 갑자기 돌봄교실에서 점심을 제공한다고 일요일에 발표해 일선 학교에서는 월요일에 갑자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우왕좌왕한 적이 있다”며 “교육부가 학교와는 소통을 안하고 늘 언론을 통해 발표를 하니 학교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장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