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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학습 도우려 휴직해야 하나”…보육 걱정에 학력 저하 우려까지
맞벌이 부부 온라인 개학 소식에 한숨…“친정 엄마 컴퓨터 못해”
온라인 개학 준비 교사도 막막…입시전문가 “고3, 가장 큰 타격”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박병국·박상현 기자]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데 컴퓨터에 익숙치 않다. 엄마가 있을 때는 괜찮지만, 없을 때에는 방법이 없다.”

서울 서대문구에 직장을 둔 김모(47)씨의 말이다. 김 씨는 6살과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의 부인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을 한다. 김 씨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온라인 개학에 무리가 없는데, 직장을 나가는 시간이 걱정”이라며 “EBS 접속하는 방법부터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교육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진 초중고 개학을 오는 9일부터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발생한 자녀 보육 문제에, 저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은 외벌이 가정에 비해 자녀의 학력 격차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로 서울 강서구에 사는 안모(40) 씨는 “육아 휴직을 낸 아내가 4월에 복귀하면서 현재 아이 등교, 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 7~9시, 오후 5~9시 파트타임 보육 돌보미를 고용했다. 하지만 전임으로 바꿔야 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야 되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 씨도 “아무래도 부모가 옆에서 학습을 도와주는 것보다 친정 부모나, 시부모, 도우미들이 돌봐 주는 게 열악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의 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달부터 온라인 개강을 시작한 대학의 경우 학생 일부는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경기 용인 거주 직장인 김모(44) 씨는 “온라인 수업이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 동영상 전달 방식이다. 애들 통제는 물론 교사들의 수업 퀄리티도 문제”라며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반나절 일하고 있는데 애랑 같이 집에 있다보니 학교 다니는 것처럼 공부시키려고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개학 결정으로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이미 넘쳐난다. 한 육아 커뮤니티인 이용자는 ‘지금은 친정 엄마가 아이를 돌봐 주고 계신데, 컴퓨터를 몰라서 수업은 못 봐주겠다고 하신다. 휴직을 해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개학 없이 온라인으로 개학하면 워킹맘들은 그냥 회사 그만두란 얘기’라고 했다. 이 글에 또 다른 이용자는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거의 한 달을 친정, 시댁, 언니네를 떠돌았더니 애도 우울증이 올 것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교사들도 걱정이 크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 홍모(44) 씨는 “학교가 아직 온라인 개학 준비가 안 됐다. 데이터를 받아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서버)용량이 안 된다”며 “대부분 학교가 그럴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38) 씨도 “시간이 촉박하고 교육부에서 구체적인 지침도 내려오지 않아 막막하다”며 “하지만 내신 시험을 대비한 자료 만드는 건 어차피 교사 몫”이라고 했다.

특히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고3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3은 온라인 개학으로 큰일이 났다고 보면 된다”며 “6주의 수업결손에다가 온라인 교육 자체를 통해서 수능 준비를 한다고 하는 것을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진로·진학 지도도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고3들은 특히 외부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예년 같으면 지금 쯤 진로 컨설팅 끝난 단계다. 지금 시작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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