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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준비 부족·고3은 2G폰…시범학교, 원격교육 도입 초기부터 ‘혼란’
디지털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질까 우려
“코로나19 이겨내듯 서로 신뢰하고 도와야”
지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 영풍초에서 한 교사가 원격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원격교육 시범학교’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개학’이 현실이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아 대안으로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다음 주 중반인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가 시범적으로 원격교육을 실시 중이지만, 도입 초기부터 혼란을 겪고 있다. 교사들부터 생소한 수업 환경에 적응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학생들이 ‘1인 1PC’를 소유하기에는 가정 환경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커 향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은 온라인 수업 일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돕고자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선정, 이번주부터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상천·영풍·신미림·원효초, 내곡·종암·창덕여중, 세종·휘봉·서울여고가 시범학교로 선택됐다.

그러나 교사들이 물리적으로 학습 자료 등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저소득층은 물론 ‘1가구 1PC’로는 부족한 다자녀 가구, 공부를 하느라 휴대전화을 없앤 고3 학생 등 충분치 못한 스마트 기기 확보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의 한 원격교육 시범고교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을 위해 지난주 화요일에 공문을 받았고, 수요일에 선생님들 연수를 진행했다”며 “이후 온라인 클래스 개설을 부탁했지만, 개강 첫날인 어제(30일)까지도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학생들의 가입 신청을 승인 완료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문제다. 전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여해 줄 수 있는 스마트기기는 총 13만대다. 학생들의 수요에 견줘 부족한 양으로, 교육부가 이달 중순 조사했을 때 2200여 대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대여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다자녀 가구의 경우 형제 수만큼 스마트 기기를 갖춰 주기는 어려울 뿐더러, 고3의 경우 공부를 위해 2G폰 또는 피처폰으로 바꾸거나 휴대폰을 아예 없앤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가 부각될 것을 우려해 쌍방향 수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단방향 수업만을 개설, 추후 채팅 등으로 질의를 받겠다는 교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범학교 관계자는 “학교의 경우 ‘대면’ 수업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그것만을 준비해 오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은 것이 사실”이라며 “학기 초 학부모 총회도 ‘코로나19 사태’로 진행하지 못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 등을 위해 ‘온라인 학부모 총회’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학년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기기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 민감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담임 선생님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PC 지원 수요를 학급별로 상세히 알아볼 방침”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개학을 위해서는 일단 취약 계층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예산과 조사 과정을 세심히 준비해 디지털 격차가 학력에 반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한 만큼 초기엔 쌍방향 수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이 꼭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면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는 ‘완벽한 온라인’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 교수는 “첫걸음인 만큼 좀 더 관대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마치 코로나19를 이겨 내듯이 서로 신뢰하고 도와야 한다. 옆집 아이를 돌아가며 돌봐 준다든지, 저학년이나 장애 아동에게는 긴급 돌보미 등 또 다른 지원을 고려하는 등 정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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