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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막없는 대학 온라인강의…청각장애학생 ‘학습권’ 사각지대
시행 1주일…장애학생들 불편 호소
자막지원은 커녕 입모양도 안 보여
수어, 한국어와 문법체계 전혀 달라
청각장애인 위한 통역 필요성 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개강에 나선 가운데, 시각·청각 등 장애인 학생들은 낮은 온라인 강의 접근성에 수업을 듣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사이버대학을 제외한 전국 대학 내 장애인 학생 수는 4566명이다. 이 중 서울 소재 대학 장애 학생 수는 1152명으로, 비중이 무려 25%에 달한다. 이들을 위한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막도 없어”…청각장애 학생에게 낮은 온라인 강의 접근성=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온라인 개강에 나선 지난 16일부터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수업에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 학생들의 글이 올라왔다.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청각장애인은 이번 온라인 수업 때 도대체 어떡해야 하나. 자막도 지원 안 되고 입모양을 볼 수 있을 만큼 화질이 깨끗하지도 않고 답답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학생들은 ‘안타깝고 속상하다’, ‘힘내라’ 등의 댓글로 위로를 건넸다. 해당 글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좋아요’ 342개·댓글 46개를 기록 중이다

자신을 청각장애 학생이라고 밝힌 한 유튜브 이용자도 ‘청각장애 학생은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라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 속 수업 화면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 통역은 없었다. 해당 이용자는 영상을 통해 “(학교 측에)온라인 강의 안에 자막을 넣어줄 수 없냐고 요청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며 “속기사가 속기록을 보내면 해당 학생이 속기록을 보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많이 지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KUDA) 관계자는 “자동 속기 프로그램은 음성 인식 프로그램으로 유튜브 자동 자막과 유사해, 교수 발음에 따라 단어 자체가 다른 단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자주 사용되지 않는 전공 용어 등의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2개 국어 이상 혼용된 강의의 경우 지원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문법 체계가 다른 수어…“통역 제공 필요”=장애인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수어 통역’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와 마찬가지라는 이유다. 김주희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는 “수어는 한국어와 문법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며 “자막으로 콘텐츠를 보라는 건 영어 자막으로 뉴스를 보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의 김철환 활동가도 “학교에서 만들어 올리는 인터넷 강의가 있고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처럼 ‘오픈 온라인 강의’도 있는데 대부분 수어보단 손쉬운 자막에 몰려 있다”며 “한국어를 외국어로 인지하는 수어 사용 청각장애인들은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차례 교육부에 얘기해 보완이 되고 있는 것 같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3일까지였던 장애 학생 지원 수요 조사를 오는 27일까지 연장했다”며 “각 대학에 자막 지원비 지원을 비롯해 수어통역사, 속기사 등 인력을 더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등 청각장애인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코로나19로 인한 농아 대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차별 진정을 넣었다. 박상현 기자, 김용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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