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과목이 2개인데 다 유튜브로 때운다니 460만원 아까워”
‘전대넷 설문조사’ 대학생 절반 “실기·실험 등 대안 미비”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가정집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신입생이 자신의 노트북로 교양 과목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학교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서버 오류 관련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김용재 수습기자] 개강을 맞은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첫날, 강의를 수강한 이공·예체능계 학생들 사이에선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실험·실습을 위한 시설 사용 등을 이유로 타과보다 등록금을 더 많이 냈지만 같은 방식으로 수강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학생들 사이에선 ‘등록금 감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17일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공·예체능계 학생들은 현행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지난 16일 ‘예체능(과목)같이 실기 중심 위주 수업은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하는 2주는 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예체능(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400만원도 아니고 505만원을 내는 데다 실기·대면·크리틱 수업 위주라 지금 수업이 하나도 진행이 안 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작품(전시 과제) 하나하나 소중한 포트폴리오이고 취업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성의껏 만들고 싶지, 500만원(짜리)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도 ‘실습 과목이 두 개인데 다 유튜브로 때운다니 (등록금)460만원이 아깝다. 한 학기 휴학할까(고민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들도 ‘실습이 많은 과인데 실습 수업을 ‘싸강(온라인 강의)’으로 하면 배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내다 버린 학비’ 등 원성을 표출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한 이용자가 ‘본교도 사이버 강의로 듣는 거면 사이버 대학과 다를 게 없다. 등록금을 깎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리자 ‘공대가 비싼 이유가 실험실 쓰는 대관료비도 있다’, ‘공대 실험비도 있는데 실험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등 댓글이 잇달았다.
실습 수업의 교육 목표를 지적하는 학생도 있었다. 아주대 전자공학과 4학년인 김모(26) 씨는 “공대는 실험 장비를 써서 예체능처럼 학비가 더 비싼 건데 온라인 강의로만 수업을 하니 학비가 아깝다”며 “실험은 지식을 확인하는 게 목표인데 단기간에 1학기 실험을 전부 하다 보면 시간 때우기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경희대 체육학과 4학년인 임모(26) 씨도 “체대 등록금은 시설 이용·관리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타 단과대보다 조금 비싸다”며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 확실히 수업의 질을 떠나 그 본질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등록금 감면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방침을 내건 뒤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조사한 코로나19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만4785명 중 절반 가까운 7077명(49.4%)이 ‘실기·실험·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수업 대안 미비’에 투표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현재 학생들 반응을 모니터링 중이고, 이후 수업 방향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도 “아직 학교 차원에서 논의 중인 사항은 없지만 교수들 스스로 강의 방향에 대해 결정 중”이라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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