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불량·교수 음성 잘 안 들리고…학생들 불만 폭주 “준비도 부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가정집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신입생이 자신의 노트북으로 교양 과목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학교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서버 오류에 관한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김용재·박지영 수습기자] “실시간 강의가 아니라 우주 비행사한테 영상 통화 받는 기분이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대학들이 온라인 개강을 시작한 16일 오전 9시.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인 ‘고려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 외에도 이 커뮤니티에는 ‘로딩하는 데에만 7분이 걸린다’, ’음성이 지지직거린다’, ‘교수님 판서가 보이지 않는다’ 등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각 대학이 온라인을 통해 개강한 이날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사이버 강의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등 주로 기술적인 내용에 관한 불만이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를 하는 집합 수업 대신 원격 수업, 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 수업을 실시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대부분 대학이 이날부터 온라인 개강을 시작했지만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작한 준비라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4일 한국대학교수협의회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동국대, 건국대, 국민대 등 일반대학 213곳의 지난해 온라인 강의 비중은 0.92%로 1%도 채 안되는 실정이었다.
고려대는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2주간 100% 실시간 또는 녹화 동영상을 통한 온라인 강의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고려대는 이미 자체적으로 구동 중인 학사 시스템과 추가로 가동하는 외부 플랫폼을 통해 2주간 동영상 강의를 소화하겠다고 자신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수민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주 접수된 사항과 단과대별 논의를 바탕으로 학교 측에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온라인 강의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세대 학생 커뮤니티인 ‘연세대 에브리타임’에서 한 학생은 “싸강(사이버 강의) 첫날부터 개판. 링크 연결, 시간 공지, 재생이 안 돼서 컴퓨터 앞에 넋 놓고 앉아 있다”고 썼다. 또 다른 학생은 “공지 보고 들어갔는데 삭제된 영상이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이와 비슷한 글들을 올렸다.
서강대 커뮤니티인 ‘서담’에서도 ‘사이버 강의계획서가 아직 없어서 걱정’, ‘공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중앙대의 한 학생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물어서, 어떻게 접속을 하기는 했는데, 어떤 것이 실시간 강의인지 어떤 것이 녹화 강의인지, 수업을 어떻게 들어야 되는지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정모(29) 씨도 통화에서 “온라인 강의 공지는 교수마다 전달의 정도가 달랐다”며 “어떤 교수는 상세하게 준비한 반면 어떤 교수는 전날인 15일까지도 온라인 강의실이 열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커뮤니티인 ‘비밀의 화원’에서는 서버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잇달았다. ‘홈페이지 접속이 안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 현재 이화여대 사이버 캠퍼스를 클릭하면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만 뜰 뿐 접속이 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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