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개학연기 요청 “신종플루 땐 치료약이라도 있었지만…”
유은혜 “전문가 의견 종합해 판단”…교육부, 추가연기 가능성 시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된 3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오는 23일 예정된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데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100명 이상의 집단 감염이 발생해, 수도권 확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교수 및 학부모 단체들은 코로나19의 학교 내 확산을 막기 위해 개학을 1주일 추가로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정시확대전국학부모모임은 12일 성명서에서 “지금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볼 때 3주간의 연기로는 자녀들을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낼 수 없다”며 “지역 실정에 따라 개학일을 1주일 더 연기하거나 4월 초로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을 연기하고 휴업단계를 3단계로 올려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개학을 하게 되면 밀폐된 공간에서 1명만 감염돼도 여러명이 집단감염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 청원에는 13일 오전 기준 6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휴업단계 3단계’는 8주 이상 휴업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앞서 마련한 ‘학교 휴업 1~3단계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3주일 이내 휴업을 1단계, 4~7주 휴업을 2단계, 8주 이상을 3단계로 정했다. 23일 개학은 1단계로, 수업일수는 감축하지 않고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만 줄어든다. 2단계는 수업일수 10% 감축이 허용되며, 3단계가 이뤄질 경우 교육당국은 ‘휴업 장기화 대책’을 새로 마련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때도 한반에 반 이상의 학생들이 감염됐었고, 신종플루는 타미플루라는 약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치료약도 없다”며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콜센터를 능가하는 파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개학 추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가 개학 연기를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개학 연기 추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추가 연기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추가 개학 연기가 이뤄질 경우, 내주 초에는 발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일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23일로 연기하면서 “향후 2주가 코로나19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반영한 바 있다. 당시 대한감염학회 등 11개 감염·역학 관련 학회가 참여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긴급호소문을 통해 “코로나19 집단 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지금부터 2주가 중요한 만큼, 가능한 모임와 외출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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