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령 따르면 ‘1개월’ 이상 휴업 아닐 시 등록금 반환 의무 없어
대학 관계자 “기숙사비는 실제 거주기간이 명확…환불 조치가 가능”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 백양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오는 16일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각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가가 ‘온라인 강의’와 ‘기숙사 입사 연기’를 확산 방지 대책으로 내세운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록금 감면’과 ‘기숙사비 환불’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청원 게시물(2일 등록)에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참여인원이 6만명을 돌파했다. 해당 글의 청원인은 ‘대부분의 대학은 기존 16주 수업을 ‘14~15주’로 단축했다.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현재 특별 상황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보다 질적으로 강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로 이에 대해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일 전국 대학에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오프라인·등교 등 집합 수업을 지양하고 온라인 수업(원격 수업), 과제물 대체 수업 등 ‘재택 수업’으로 실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서 개강을 1~2주 연기한 대학들이 동영상 강의를 함에 따라, 학생들의 실제 등교 시점은 애초보다 약 3~4주 늦어진 셈이 됐다.
학생들은 개강 연기와 원격 수업 대체 기간 만큼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나섰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2일 기준 대학생 1만2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8%가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59.8%(7547명)는 ‘매우 필요하다’, 24%(3023명)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지난 4일 발표한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인한 이화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총 3808명의 응답자 중 3296명이 ‘등록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 이유로는 ‘16주에서 15주에 대한 변동 상황’, ‘실습을 위해 높게 측정된 등록금을 똑같이 납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등의 대답이 나왔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은 ‘수업을 전학기(前學期) 또는 전월(前月)의 전기간(全期間)에 걸쳐 휴업한 경우, 방학을 제외한 해당 학기 또는 해당 월의 등록금(입학금은 제외)을 면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2주 개강 연기 후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게 되면 1개월의 휴업이 아니므로 대학이 등록금을 감면해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수업 일수(日數)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몇 시간 가르쳤는지 수업 시수(時數)도 중요하다”면서 “현재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수업 시수는 전혀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통해 수업의 질이 담보가 된다면 대학에 등록금 반환 의무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기숙사 입사일도 연기되자 ‘기숙사비 환불’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기숙사비 일부 환불 조치에 나섰다. 연세대는 2020학년도 1학기 신촌캠퍼스 생활관 입사일을 변경하면서 학생들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약 1~3주 치에 달하는 기숙사비를 환불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화여대도 오는 9일부터 예정돼 있던 기숙사 입사일을 오는 28일로 변경하면서 거주 기간 변경에 따른 기숙사비를 환불할 방침이다.
이에 관련, 이화여대 관계자는 “기숙사는 물리적으로 거주 기간이라는 게 명확히 있는 것이고 그동안은 공간 사용을 하지 않으므로 환불 결정을 했다”며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아직 논의하고 있는 바가 없어 공식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연세대 관계자도 “코로나19와 관련이 없을 때에는 학생들이 당연히 입소해야 하는 기간이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을 것이고 그런 부담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환불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도 “기숙사비 문제는 실제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책정해야 하는 문제로 대학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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