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학교명을 공개해야 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법적으로 휴업이나 휴교는 지역감염이 발생해야 하는데, 아직은 지역감염이 없다. 이번 휴업은 법에 따른 것이 아니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과 협의해 시행한 휴업이다. 명단을 공개하면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라 비공개하기로 했다.”(교육부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어느 지역에 또 확진자가 나올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명이 공개되지 않자 ‘왜 숨기지?’라며 불안한데, 교육부는 명단 공개가 불안감을 높일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은 지난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심할 정도로 크다.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안도 심하다. 교육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응과 명단 비공개, 부처 간 엇박자, 책임회피식의 대응이 이를 부추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혼선은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개학 연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교육부는 “지역감염이 발생하지 않았고 범정부적인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상황을 고려했다”며 “개학을 연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0일 서울 남부초·청담초 등 9곳이 개학 연기를 결정했고, 2월 첫 주말을 지나며 확진자가 15명을 넘어서자 교육부는 3일 입장을 바꿨다. 서울·경기·전북의 유치원과 초중고 484곳의 개학 연기 및 휴업을 권고했다. 계속 확진자가 늘자 5일 교육부는 “대학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고, 서울시교육청은 확진자가 방문한 중랑구와 성북구 학교에 휴업을 명령했다. 사상 초유의 개강 연기 권고와 휴업 명령이다.
이어 19번 확진자가 송파 대단지 아파트 거주자로 확인되면서 송파 일대 학교들은 6일 자체 휴업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날인 7일에야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며 송파구와 양천구, 강남구, 영등포구 32곳에 대해 2차 휴업을 명령했다. 불과 하루 전 “19번 확진자가 조기에 자가격리를 실시했고 다중이용시설을 다니지 않았다”며 휴업 명령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꾼 셈이다.
연간 190일 이상인 ‘법정 수업일 수’를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전국 학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10%까지 수업일 수를 줄일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는 학기 말인 2월에 법정 수업일 수를 맞추기 어려워 일선학교 현장서 대혼란이 빚어진 뒤였다.
매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는 전국 학교의 휴업 현황자료는 당일 오후 4시 무렵에나 발표된다. 너무 늦지 않느냐는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교육청이 자료를 오후 2시에도 안 줘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불안과 혼선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