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간 엇박자 속 정보 부재…학생·학부모 혼란 가중
“대국민 정보 공개 부족 탓 메르스 초동 대처 실패, 새겨야”
서울 송파구 가락초등학교 정문에 긴급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박지영·박재석 수습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휴업 유치원과 초·중·고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명단을 공개하는 반면 교육부는 휴업 학교 개수만 발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당국의 엇박자 속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1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 휴업 학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휴업학교 개수만을 보도한 교육부에 대해 명단 공개 여부를 질의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이름을 공개할 경우 혼란이 가중돼 발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5일 서울교육청은 성북구·중랑구 휴업 유치원과 초중고 명단을 공개했으나, 6일 교육부는 다시 휴업 학교 수(數)만을 발표했다. 이 같은 양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7일 서울교육청이 강남구·송파구·양천구·영등포구 휴업 학교 명단을 고스란히 공개한 데 반해 같은 날 교육부는 여전히 학교 수만을 보도자료에 실었다. 다른 지역 교육청은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휴업한 학교명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교육당국의 ‘깜깜이 명단공개’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휴업 중인 학교와 아닌 학교의 학생·학부모가 인근 지역 학원을 공유하며 생활권도 겹치는 경우가 많아 명확한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휴업을 단행한 양천구 목운중 주변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46) 씨는 “어느 학교가 쉬는지 확실치 않고 언론 보도에만 의지하는 상황이라 지금은 학원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47) 씨도 “(학교 명단을)공개해야 한다. 공개해야 알아서 피하고 조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도 “학교, 확진자, 접촉자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위모(36) 씨는 체온계, 알콜 솜, 손 소독제, 마스크를 구비하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위 씨는 “휴업 학교 명단은 당연히 밝혀야 한다”며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너무 축소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들의 불안감 조성 때문에 숨기는 것 같은데, 처음 맞는 상황에 대해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대처에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휴업 학교 명단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는 조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학교 방역을 강화하는 취지로 개정된 학교보건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정 학교보건법에는 ‘교육부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관련 시행령에는 감염병 발생 현황, 환자 이동 경로 등과 함께 ‘예방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각 시·도교육청이 매일 휴업 현황과 학교 목록을 교육부에 보고하고 있으므로, 교육부가 홈페이지·보도자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휴업 학교 숫자와 실명 목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대국민 정보 공개가 부족한 한국의 관료 문화가 메르스 때 초동 대처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개정 학교보건법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공동 발의했던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휴업한 학교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총 647곳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98곳, 경기도 236곳, 광주 159곳, 전북 135곳, 인천 12곳, 충남 5곳, 부산·충북 각 1곳이다. 서울교육청 역시 명령을 내리지 않은 지역에서 학교장 판단 등으로 휴업한 학교 정보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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