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레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이득"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대형오보 후 사과
-미 학자 "이런 오보로 전쟁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일본, 북한문제 놓고 자국 이익 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하고 있다.[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에서 열린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선거유세 집회에서 환호를 받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북한의 성탄절 선물이 미사일이라는 프레임은 누가 왜 만든 것일까요? 그 프레임으로 성탄절 전후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안 쏜 결과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봤나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성탄절 선물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성탄절 선물을 언급한 적이 있었느냐?”라고 되물으면서 “외무성 부상이 성탄절 선물을 언급했지만, 그것이 미사일 도발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은 없다”며 ‘북한의 성탄절 선물=미사일’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탄절 선물=미사일’ 프레임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김 교수는 “‘성탄절 선물=미사일’이라는 프레임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제압할 정도로 ‘강하다’, 김정은은 ‘겁쟁이다’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하원에서 탄핵을 당하는 등 정치적 위기 속에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북한의 성탄절 선물 언급을 활용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성탄절 선물’을 언급한 지난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찬찬히 읽어보면 ‘미사일로 도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태성 부상은 담화문에서 미국에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북미비핵화협상 재개를 촉구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동엽 교수 "북한 '성탄절 선물' 언급, 누가 미사일로 해석하나" 의혹 제기=리 부상은 당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리 부상은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하여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기에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바"라고 재차 강조했다.
리 부상의 발언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북미비핵화협상이 이대로 해를 넘기면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 차원으로 풀이됐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성탄절 선물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최근 일각에서는 성탄절을 조용하게 보낸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주요 정책노선을 결정할 것이며 그러한 결정이 ‘성탄절 선물’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그런 회의에서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성탄절 선물을 집중 거론하며 북한의 ICBM 도발 위험성을 강조해왔다. 최대 1만5000여㎞ 비행 가능한 북한의 ICBM은 북한에서 직접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조찬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예상하기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미비핵화협상 결렬 이후를 언급하면서 “만약 외교적 노력이 무너지면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미리 생각하고 있다. (북미가 강경 대치하던) 2017년에 했던 많은 것이 있어서 우리는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예전에 했던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며 북한과 격렬히 대치하던 당시 미국이 검토했던 군사옵션 등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전날 북한에 공개 회동을 제안했으나 응답이 없자 17일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미 당국은 성탄절 전후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 가능성을 언론에 강조하면서 ‘북한이 성탄절 전후 미사일을 쏘려고 했으나,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이 그 카드를 접었다’는 식의 프레임이 널리 확산됐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일련의 무력과시 옵션을 사전승인한 상태이며 '선물' 없이 지나간 성탄절 이후에도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 "북한이 도발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나 무기 시험에 관여하려 할 경우 신속히 실시될 수 있는 일련의 무력과시 옵션들을 미 행정부가 사전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반도 상공에 폭격기를 전개하는 것부터 지상무기 긴급훈련을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옵션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17일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의 ‘성탄절 전후 북한 미사일 도발 가능성’ 언급, 26일 미 당국자의 ‘대북 군사옵션 사전승인’ 등 일련의 증폭 과정으로 ‘북한이 성탄절에 미사일을 쏠 것’이며 ‘미국이 힘의 우위로 결국 북한을 눌렀다’는 인식이 형성,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득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미 당국은 김 위원장의 생일이 있는 1월 초(8일)까지 북한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전히 대북 감시정찰활동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미 당국의 대응방식에 따라 트럼프가 계속 대선가도에서 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미 당국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정찰기를 띄우며 대북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기간 미군 정찰기들은 위치식별장치를 끄지 않아 정찰활동 자체로 북한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미군 군용기가 작전활동을 할 때는 위치식별장치를 끄고 임무에 투입된다.
27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코브라볼(RC-135S) 2대,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 등이 한반도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성탄절 당일에는 리벳 조인트(RC-135W),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미 정찰기 5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했다.
◆미국 '北 성탄선물=미사일' 프레임 최대한 증폭시켜…일본은 "북, 미사일 발사" 대형오보=한편, 6.25한국전쟁 ‘특수’로 때아닌 호황을 누렸던 일본은 27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대형오보를 내 국제사회에 북한발 긴장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는 일본의 이런 행위에 대해 "이런 특별한 시점에는 이와 같은 가짜 경보로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27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오전 0시 22분께 '북한 미사일 바다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 홋카이도 에리모미사키 동쪽 약 2000㎞'라고 인터넷 속보를 내보냈다.
하지만 NHK는 이후 "잘못해서 속보를 내보냈다"며 "훈련용으로 쓴 문장이며 사실이 아니었다. 시청자,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현재 NHK는 정확한 오보 원인을 조사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펜타곤은 어떤 형태의 발사도 추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는 등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NHK가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해 오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NHK는 지난해 1월 16일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전국에 순시 경보시스템(제이 얼러트)이 작동했다는 내용의 뉴스 속보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내보냈다가 몇 분 후 '잘못해서 내보낸 것이었다. 제이 얼러트는 나오지 않았다'고 정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NHK의 오보에 전 세계 소셜미디어 상에서 비판이 빗발쳤다.
핵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이런 특별한 시점에는 이와 같은 가짜 경보로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나랑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나인(back nine: 18홀 골프 코스의 후반의 9홀)에서 휴대폰으로 이 경보를 봤는데 이 사실이 틀렸다고 확인할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상상해보라"면서 "그는 대응 조치로 미국의 핵무기 발사를 즉각 명령할 수 있고,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