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59년 진(秦)의 공격을 받은 조(趙)가 제왕(齊王) 건(建)에게 구원을 청한다. 조나라는 40만명의 병력을 동원했지만 군량이 부족해 지구전을 펼치기 어려웠다. 건의 신하였던 주자(周子)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며 지원을 주장했다. 하지만 건은 이를 외면한다. 진의 보복이 두려워서다. 이후 제나라에는 친진(親秦) 세력이 득세한다. 진이 제를 둘러싼 한(韓), 조, 연(燕), 위(魏)를 차례로 멸망시켰지만, 제는 수수방관했다. 기원전 221년 마침내 진군이 제를 공격했다. 건의 신하들은 싸우보지도 않고 항복을 주장했고, 건은 그에 따랐다. 진은 춘추전국 최초의 패권국이자, 강국이었던 제를 무혈정복한다. 건은 45년의 재위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싸움도 겪지 않았지만, 결국 시호도 없는 마지막 왕이 됐다.
경제가 어려워 내년에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곳들이 많다. 연말이면 늘 비슷한 얘기들이다. 내년 전망을 밝게 보는 곳이 드물다. 뒤돌아 보면 전년 보다 나았던 해들이 더 많았다.
2020년은 어떨까?
먼저 올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들을 보자. 미중 무역분쟁이 가장 크다. 중국 경제와의 관련성이 가장 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유럽에서 가장 대중 무역 비중이 높은 독일도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경제 챙기기가 중요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1차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내년 미국 성장률이 약 0.6%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에게도 희소식이다.
다음은 반도체다. 이른바 수퍼사이클을 지나며 팽창한 공급 때문에 올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최근 낸드를 중심으로 가격 반등 조짐이 감지된다. 가격 하락으로 구매를 주저했던 수요자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통화신용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경기 회복을 점쳤다. 반토막도 더 났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급반등 할 수 있다.
유가 하락도 더는 어려워 보인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가 안정, 도는 반등은 수출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업종의 회복과 직결된다.
무엇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기관의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전망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높다.
투자는 낙관론자가 승리하는 게임이다. 비관론자는 가끔 예측이 적중할 뿐이다. 지난해 연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명사 골드만삭스는 주식비중 축소, 현금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S&P500 지수는 26%이상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글로벌IB 8곳의 내년 S&P500 전망치는 평균 3278이다. 가장 높은 곳은 3400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종료되면 전망치는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미국이든 국내든 경제여건이 올해 보다는 분명 나아질 확률이 높다. 너무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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