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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국민을 위한 입시 개편”…그 말 믿어도 될까요?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14일 치른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쩌면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가장 큰 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능이 비록 상대평가이기는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봅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여러분보다, 오락가락하는 어른들 탓에 앞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여러분의 동생들이 걱정돼서입니다.

최근 ‘대입 개편’이 화두입니다. 진보 성향의 현 정부는 기존에 추진하던 대학 입시 기조와 180도 다른 방향으로 대입 제도를 손보는 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갑작스럽게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 가족’의 허물을 도드라지게 하지 않도록 감추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한 가족이란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일컫습니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를 모두 14개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 딸 조민 씨도 입시비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습니다. 정 교수가 딸을 위해 입시의 주요 원칙 중 하나인 공정성을 무너뜨렸다고 검찰은 봤던 것 같습니다.

조 전 장관의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내놓은 ‘해법’이 한 가족만을 위한 것인지, 전 국민을 아우르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히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지금까지 이어진 역대 정부의 대입 기조와 배치돼, 혼동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정부나 같은 진보 성향의 참여정부는 물론 과거 ‘보수 정권’도 대입에서 정시모집 대신 수시모집의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습니다. 공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2006학년도 대입에서 절반이 안 됐던(48.0%) 수시모집의 비중은 지난해(2019학년도) 76.2%까지 늘었습니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77.3%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의 공정성 담보 여부는 교육계의 오랜 고민이었습니다. 스펙이 다소 모자랐지만 난수표 같은 전형의 빈틈을 잘 공략, 갖고 있던 ‘점수’로는 어림없었던 상위권 대학·학과에 입학했다는 무용담은 지금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구에 회자됩니다. 올 초 높은 시청률로 종영된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이를 지적했지만, 당시에도 교육당국의 반응은 별다른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애초 ‘수능 축소’와 ‘수시 확대’였습니다. 그러다 대통령 발언 한마디에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교육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학부모와 학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처음부터 대입의 공정성을 문제로 생각했다면 왜 정권 초기부터 추진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한 가족이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입시 개편일까요. 수험생 여러분, 말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고 휴식의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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