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짧은 시간내 수박겉핥기
명분쌓기용 조사 급급” 비판
조국 전 법7무부 장관 자녀 대입 논란으로 시작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조사가 변죽만 울리고 내실없이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학종 불공정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고교서열화 해소와 정시 비중 확대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7일 교육부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를 위한 사전 작업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서울·고려·연세대 등 13개 주요 대학에 대한 학종 실태조사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학종에서 특목고·자사고를 우대한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수 등 사회지도층의 입시 비리를 적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이달 내 대입 개선안을 확정·발표해야 하는 교육부가 ‘명분 쌓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 9월26일 당·정·청 비공개 협의 후 학종 실태조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까지 대학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2주간 실태조사했다.
2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최근 4년간 대입 수시에 지원한 202만명분의 자료를 검토했다. 단순 계산하면 불과 2주만에 1명이 약 8만400건을 살펴봐야 했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선 “수시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통계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료 제출도 차일피일 늦췄다. 이때문에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지나치게 일정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종실태조사 결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각 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률을 따져보니 과학고·영재학교-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높았고,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 등급은 반대였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런 서열화 양상을 공식 확인한 건 의미가 있지만, 이를 학종이란 대입제도의 문제로 돌리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이 학종실태조사 이전에 알려진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한 관계자는 “온국민의 관심을 모은 교육부의 학종실태조사가 금지된 고교등급제시행 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데 그쳤다”며 “교육부가 인과관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진학에 경쟁력이 있는 아이들이 특정 고교유형에 몰려 있고 그것이 입시 결과에 반영돼 나타난 것인데 학종의 문제점으로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서류평가 시스템을 통해 과거 졸업자 진학 실적이나 고교유형별 평균 등급을 제공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특정한 고교 유형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평가자가 시스템에서 지원자의 출신 고교 졸업생의 진학 현황, 학점 등을 확인했는데, 이런 정보를 평가에 반영했다면 ‘고교등급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교육부 스스로도 발표에서 ‘추정’, ‘가능성’이라고만 언급할 뿐이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교육부가 지적한 학교 정보는 지원자의 당락엔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교육부가 짧은시간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수박겉핥기 식으로 학종을 들여다 봤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교육부가 정시 확대의 명분을 쌓기 위해 졸속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태훈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의 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기재금지 사항에 대한 조치가 미진했던 일부 대학은 개선해야겠지만 이 정도로 학생부 종합전형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도 “교육부의 학종실태조사를 근거로 자사고·외국어·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교육부가 자사고·특목고의 합격 비율이 높은 것을 학종의 문제만으로 돌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짧았던 조사 기간에 비해 고착화한 고교 서열화 양상, 서류전형의 부실 가능성, 대학의 규정 위반 등 유의미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향후 추가 조사와 특정 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gr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