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부에서도 공교육 강화를 위해선 정시 확대 무리 의견
자사고·특목고 2025년 일반고 전환과 역행…교육철학의 충돌
정부가 최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수시 모집 위주의 서울 소재 대학 입시 전형에서 정시 모집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잠자는 교실’이 재현될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발 정시 비율 상향 조정 대책이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로 ‘잠자는 교실’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교육부와 교육단체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시 비율 상향 조정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정시 비중 확대가 학생부 전형으로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공교육 강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정시 학대 방침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2015교육과정’과 충돌하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문제가 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선결돼야 하고 ▷고교서열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으로 발전해온 교육의 퇴행이며 ▷문제풀이 교육으로 ‘잠자는 교실’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잠자는 교실’ 같은 공교육 붕괴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던 10년 동안 ‘잠자는 교실’이 깨어나고 있었는데 다시 공교육이 붕괴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교조가 고등학교 조합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적합한 전형’으로 압도적 다수인 70%의 교사들이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을 꼽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에서 “(정시확대 방침은) 학교와 교실을 사교육 학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결국 학생을 수능점수에 의해 줄 세우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학생부 전형이 공교육 강화에 톡톡한 역할을 했던 만큼 정시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학생부 전형이 잠자고 있던 교실을 깨우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시 확대보다는 대학의 학생부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을 반영하듯 교육부는 정시확대 방침을 지난해 공론화 결과에 따른 ‘정시 비중 30%룰’을 유지하되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선 고등학교들은 ‘인 서울’로 대변되는 소위 명문대에 많이 보내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이들 대학의 입학전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상위권 학생 학부모들이 (토론식 수업 등보다)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을 짜달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정이 오는 2025년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정시 비율 상향 조정은 이들 학교의 진학 수요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정시는 수능 100% 전형이 많기 때문에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에서 정시 합격자 10명 이상을 배출해낸 고교 유형을 보면, 전체 학생 수의 7.8%에 불과한 자율고가 8곳으로, 전체 학생 수 72.5%를 차지하는 일반고(7곳)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김성천 교수는 “정시 비율을 확대하면서 고교서열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교육철학의 충돌”이라면서 “정시 확대는 결국 학생들을 줄세우기 한다는 것이고 이는 대학서열화를 더욱 공고화한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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