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서열화 해소·대입 공정성 강화
자사고·외고 등 ‘일괄폐지’ 전망
정시 비중 확대도 다시 논의할 듯
조국 법무부 장관 딸 입시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전반 재검토’ 주문으로 본격화하는 대입제도 개편이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학입시 공정성 강화 등 ‘기회 균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입 제도 개편에 고교 서열화 해소까지 포함되면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외국어고(이하 외고)·국제고의 일괄 폐지 등 고교 체제개편 로드맵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7명의 장관과 장관급 공직자 임명장 수여 직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0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따라 교육부 대입제도 개선방안의 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애초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투명성·공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입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한 지난 4일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부 기재항목 가운데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학종 제출서류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 등 제한된 내용만 손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선방안 범위가 고교 과정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교육분야 개혁 입장을 즉각 발표했다. 교육부는 “서열화된 고교단계에서 형성된 교육특권이 대입 결과로도 이어지는 등 교육에 있어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를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 요구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교육신뢰회복을 위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 왔다.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 공정성 강화 등을 통한 기회의 공정을 뒷받침할 개혁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고교체제 개편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현재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1단계(2017~2019년)는 고입 제도 개선을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입시시기 일원화가 완료됐다. 2단계(2018~2020년)는 현재 진행 중으로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등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절차다. 3단계(2020년 이후)는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고교체제 개편 마련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가 기회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런 로드맵이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단계적 폐지’에서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폐지’로 바뀔 수도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외고·국제고 설립 근거조항)와 제91조(자사고 설립 근거조항)을 삭제하면 된다. 이는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률 개정 대상이 아닌 대통령이 고칠 수 있는 대통령령이다.
아울러 대입 공정정 확보 방안으로 학종 공정성 강화와 더불어 정시 비중 확대를 다시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정·수시비율 조정은 특혜를 해소하는 공정성 강화책이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문 대통령의 거듭된 ‘대입 공정성 확보’ 언급으로 정시 확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교육부는 교육계 일각에선 제기된 ‘당정청 밀실협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혁안 마련을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등 교육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세환 기자/gr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