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학부모들 혼란·불만 가중
입시 사건 터질때마다 제도 손질
컨설팅 등 사교육 의존만 높아져
전문가 “입시골격 변경, 안정성 저해”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의 대학 입시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데 가운데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현재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특히 올해 교육당국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무더기 취소와 법원의 자사고 지정 취소 집행 중지로 고등학교 입학에 혼란을 겪고 있는 중학생 3학년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동남아시아국가 순방 귀국 직후인 지난 4일 교육부 실무진과 함께 대입 제도 개편 관련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유 부총리와 교육부 관계자들은 첫 회의에서 대입 제도의 개편 방향과 범위, 시점 등을 개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대입 제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 방안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를 반영하듯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정시 확대가 아닌 학종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 부총리는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회의에서도 그런 방안(학종 공정성 강화)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당국의 대입제도 개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교육계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기소개서와 동아리 활동, 수상경력 등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시 나오면서 학부모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 논의 시작 직후 학부모 카페 등 온라인에서는 “앞으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스럽다”, “매번 바뀌는 입시제도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확실한 게 없으니 정말 불안하다” 등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23학년도 대입 대상이 되는 올해 중학생들은 이미 한 차례의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분야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10곳의 자사고(서울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경기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를 무더기로 일반고 전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자사고 지정취소 집행중지 판결을 내리면서 이들 학교는 다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돼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던 중3 학생들과 학부모는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 학교는 조만간 내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전형계획을 발표하겠지만 중3 학생들과 학부모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중3 자녀는 둔 한 학부모(41·서울 회기동)는 “고입제도든 대입 제도든 안정적이어야 준비하기 편한데 입시사건이 터질 때 마다 손을 본다는 얘기가 나오다보니 불안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도가 바뀌면 오히려 입시컨설팅 등 사교육업체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뿐”이라고 했다.
교육전문가들도 입시제도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제도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정교하게 다듬는 것은 필요하지만, 입시제도의 골격을 바꾸는 것은 제도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입시제도만 손본다고 해서 과열 경쟁이나 특권 대물림, 사교육 의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대입 경쟁은 일자리 진입 경쟁의 전초전이 되고 있다”며 “그러니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채용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학교 간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