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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자살 아닌 산재”
서울고법, ‘자살’로 결론내린 1심 판단 뒤집고 업무상 재해 인정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된 하청 노동자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근로복지공단은 ‘자살’이라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사망한 하청노동자 A씨의 유족 김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사고가 자살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살할 의사가 있었다면 자신에게 익숙한 자신의 작업장소에서 자신의 에어호스를 이용해 자살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A씨가 자신의 작업장소도 아닌 곳에서 동료 윤 모 씨의 에어호스를 이용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또,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쇳가루가 눈에 들어가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에어호스의 길이를 재고 인위적으로 매듭을 형성한 다음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보는 것은 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A씨가 사고발생 전날까지 배우자와 통화를 하고 사고 당일에도 동료들과 일상적 대화를 하는 등 자살의 동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작업도구인 샌딩기 리모콘이 자꾸 말썽을 피우자 작업구역과 기계실을 오가며 스스로 고장여부를 확인하거나 수리하기도 했다.

2014년 4월께 A씨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으로 선박 건조 작업에 투입됐다. A씨는 건조 중인 선박 표면에 고압의 쇳가루를 분사해 선체 표면을 갈아 매끄럽게 만드는 샌딩작업을 담당했다. 동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작업 중이던 A씨는 공기를 주입하는 장치인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호스의 매듭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추락하면서 호스가 우연히 수차례 감길 일은 희박하다며 자살한 것으로 판단 내리고 내사종결처리했다. 이후 A씨의 배우자인 김 씨는 2015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지급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위 수사결과를 근거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족급여 또한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유족 측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목격자 없이 사업장에서 사망한 본 사안과 같이 산재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한 노동자가 소송에서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 관계에 의해 경험법칙상 합리적으로 업무와의 연관성이 나타난 때는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정한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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