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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기본적으로 혐의 전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미 2014년 성폭행과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법원에서 재정신청 기각 결정도 받았다”며 “그럼에도 검찰 과거사위에서 다시 조사받고 기소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현직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을 꾸려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려고 애초 문제 된 강간 혐의와 별개로 신상털이에 가까운 수사를 벌였고, 생뚱맞게도 일련의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범행의 일시·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려 작위적으로 사실을 구성해 법을 적용하는 등 공소권 남용에 가깝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설령 김 전 차관이 향응을 받은 것이 인정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변호인은 “법무부 차관이라는 고위직을 지낸 피고인은 6년간 파렴치한 강간범으로 낙인찍혀 온갖 조롱과 비난을 감수했고,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김 전 차관은 이와 같은 변호인의 주장에 동의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소리 없이 ‘예’라고 답하는 입 모양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흰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상태로 나타난 김 전 차관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이나 아래를 응시했다.
때로 재판부의 질문이 있을 때도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만 의사를 표시했다.
재판부는 27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뇌물 공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윤씨에게 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을 비롯해 1억3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약 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 전 차관이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에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성접대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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