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교육감 “교육자치 훼손”
교육부 “법에 기반해 심의한 결정”
좋은교사들 “되레 고교 서열화 강화”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전주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에 ‘부동의’하면서 전북도교육청이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교육부와 교육청간에 ‘교육자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일선 교육현장에선 상산고를 부활시킨 교육부에 대한 비판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요청했던 전북도교육청이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에 반발하며 본격적인 법률 검토에 나섰다. 정옥희 전북도교육청 대변인은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최대한 우리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면서 “권한쟁의 심판 등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한쟁의 심판이란 국가기관 상호간에 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다툼이 있을 때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가리는 절차다.
앞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승환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교육부와의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교육부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에 대해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육감은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공교육 생태계를 위협하는 자사고 정책은 이미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불신으로 용도 폐기됐다”며 “교육부의 부동의는 시효가 끝난 자사고 정책을 되살리는 결정이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교육대개혁의 심각한 퇴행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육감은 교육부가 자사고 관련 권한을 시·도교육감들에게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자사고 재지정은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함께 지혜를 모아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교육 자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각 시·도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최종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돌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기독 교사 모임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의) 실망스러운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 ‘좋은’ 자사고는 살리고 ‘안 좋은’ 자사고는 취소하는 방식은 고교 서열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좋은 자사고의 희소성 증가로 고교 서열화가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각 교육청 차원에서 자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상산고 ‘부동의’ 결정은 법적 근거를 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령상 시도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에 기반해 심의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윗선‘의 지시나 정치권 눈치보기는 아닐 뿐더러 교육자치 훼손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8월1일 남은 9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 취소 동의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나는 만큼 8월초 교육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는 8월1일 2차 회의를 갖고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곳과 부산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심의한다. 최종 결과는 이르면 2일 발표된다. 심의 학교 수가 많은 만큼 5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