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외고 폐지 공론화’ 제안해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조 교육감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와 외고 등 특목고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국민적 공론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와 외국어고(이하 외고) 등 특수목적고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국민적 공론화와 법 개정 절차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자사고나 외고 진학을 준비 중인 중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교육시민단체에서는 공론화라는 미명 아래 ‘자사고 죽이기’를 본격화 하려는 의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7일 ‘일반고 전성시대 2.0’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면서 “자사고와 외고 등 특목고를 없앨지 여부를 ‘공론화’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로 일부 자사고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재지정 평가를 통과 학교의 인기만 더 높아질 뿐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유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의 공론화 제안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자사고·외고마저 모두 없애자는 것은 과도한 발상”이라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은 “일반고를 살린다는 명분으로해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자사고·외고를 폐지시킨다고 해 일반고가 살아나는 것도 아닐뿐더러 고교서열화가 해소되거나 교육불평등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모는 또 “조 교육감은 어떤 심정으로 자녀를 외고에 보냈는지 묻고 싶다”며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등에 칼을 꽂는 극악무도한 잔인한 행동”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모두 외고를 졸업했다.
자사고와 외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교 학부모와 학생들도 혼란스러워했다. 자사고 진학을 준비 중인 서울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대학과 과를 진학하기 위해 면학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를 선택하려는 것인데 마치 자사고를 부자들의 귀족학교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우리 남편도 개인택시를 한다”며 전날 조 교육감이 재벌 자녀와 택시운전사 자녀가 한 학교(일반고)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비꼬기도 했다.
외고 진학을 준비중인 한 학부모도 “자녀의 특기를 살려 꿈을 키워주기 위해 외고를 준비 중”이라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당국이 오히려 일반고로의 통합이라는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과정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정모는 “지난해 대입제도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의 편법과 꼼수, 방해공작 등이 있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개편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에서 공론화 시민참여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정시45%이상 확대’안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교육부가 의도했던 ‘정시30%이상’을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권고해 버림으로써 공론화 과정은 정부의 의도대로 대입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