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고도 일반고 전환 자진 신청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들이 재정난 등으로 잇따라 일반고 전환을 신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자사고 경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문학원은 지난 15일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지난 2011년 자사고로 지정된 경문고는 내년에 자사고 2기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가 예정돼 있었다.
자사고인 경문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은 올해들어 서울지역 첫 사례이며, 전국에선 군산 중앙고와 대구 경일여고, 익산 남성고에 이어 네번째다.
서울 소재 자사고 중에서 지난 2012년(전환시점) 동양고, 2013년 용문고, 2016년 미림여고와 우신고, 2019년 대성고에 이은 6번째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 사례가 된다.
내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경문고가 일반고로 전환을 신청한 이유는 낮은 학생 지원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경문고는 올해와 작년 신입생 입학 경쟁률(일반전형)이 0.83대 1(224명 선발에 186명 지원)과 0.88대 1(224명 선발에 198명 지원)로 정원 대비 지원자 숫자가 모자란 미달 사태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 한 학생이 93명으로 두 자릿수 중도이탈률(12.3%)을 기록했다.
자사고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비교적 폭넓게 보장받는 대신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생충원이 제대로 안 되면 ‘수입’이 줄어 학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경문고에 앞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군산 중앙고의 2019학년도 신입생 입학경쟁률은 0.62대 1(280명 모집에 174명 지원)에 그쳤다. 익산 남성고 역시 올해 신입생 350명을 뽑는데 220명만 원서를 내 경쟁률이 0.63대 1에 그쳤다. 대구 경일여고도 올해 신입생 입학경쟁률이 0.34대 1(280명 모집에 94명 지원)을 기록하는 등 학생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처럼 자사고 중 학생 충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스스로 일반고로의 전환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경문고 외에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들 중 낮은 신입생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세화여고(0.96 대 1), 대광고(0.84 대 1)가 경문고와 마찬가지로 미달 사태를 겪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