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안산동산고 지정 취소 '후폭풍'
-정권·교육감 성향 따라 정책 오락가락
-학생·학부모 '혼란'…상산고 "소송 불사"
지난 20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 정문 앞을 21일 오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자사고 뜻은 바로 자율형 사립고로, 이를 줄인 단어가 바로 자사고다. 지난 20일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전주)와 경기 안산동산고(안산)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 후 21일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상산고', '자사고', '자사고 뜻' 등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진보 교육감' 여파…자사고, 2010년 51곳→현재 42곳=자사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계에서도 대표적인 '뜨거운 감자'다. 관련 정책도 정권과 시도별 교육감의 성향이 보수와 진보를 오갈 때마다 180도 바뀌어 왔다. 그때마다 교육 3주체(학생·학부모·교원) 등 교육 현장도 함께 혼란을 겪어 왔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학교 선택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교육 수요를 수용하겠다는 기치 아래 마련된 정책이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5년차인 2012년까지 전국에 자사고 100곳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중 서울·경기를 포함한 10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자사고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27곳의 자율고가 있던 서울의 경우 자사고 정책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인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됐고, 너무 많은 학교가 지정된 나머지 2011학년도 고교 입시에서는 일부 학교가 '미달 사태'를 빚기도 했다.
역시 진보 성향인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도 2014년 당선되자마자 서울 지역 자사고 6곳(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이상 가나다순)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을 이끌었지만, 당시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소송전까지 벌였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지난해 7월 결국 패소했다.
이번에 상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전북도교육청의 김승환 교육감은 첫 번째로 당선된 직후인 2010년 8월 군산중앙고(군산)와 남성고(익산)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주도했다. 김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 중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교육청의 압력, 고입에서 벌어진 학생 미달 상태 등으로 군산중앙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올해 1월 결정했다. 상산고의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전북의 자사고는 남성고, 1곳만 남게 된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자사고 정책에 반발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학교 내실화'를 명분으로 2011년 1월 '자사고 100곳 설립'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다. 이후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 정권 교체 등의 여파로 지정 첫 해인 2010년 51곳이나 됐던 전국 자사고는 이날 현재 42곳(서울 22곳·상산고·안산동산고 포함)으로 줄었다.
▶상산고, DJ정부 정책 '자립형 사립고' 기원=하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상산고는 이명박 정부 주도로 세워졌던 자율형 사립고가 아닌 김대중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인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립고)로 애초 지정된 학교다.
자립고는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1년 처음 지정됐다.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만들어진 학교다. 전국에 총 7곳이 있었다. 상산고를 비롯해 ▷광양제철고(전남 광양) ▷민족사관고(강원 횡성) ▷포항제철고(경북 포항) ▷하나고(서울) ▷해운대고(부산) ▷현대청운고(울산·이상 가나다순)다. 이 중 재단 사정으로 한 해 빨리 자사고로 전환한 해운대고를 제외한 나머지 고교는 정책에 따라 2011년 모두 자사고로 전환됐다.
먼저 자사고로 전환된 해운대고를 제외한 6곳은 재단전입금 비율이 입학금, 수업료 등 등록금 수입의 20%로 높다. 대신 시도가 아닌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어 '전국 단위 자사고'로 불린다. 참고로 시도에서만 학생을 뽑는 '광역 단위 자사고'의 재단전입금 비율(등록금 수입 대비)은 시(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경기도 5%, 도(경기 제외)·특별자치도 3%다.
자립고의 자사고 전환 이후 ▷김천고(경북 김천) ▷북일고(충남 천안) ▷용인외대부고(경기 용인) ▷인천하늘고(인천·이상 가나다순), 4곳이 새로 재단전입금 비율을 20% 늘리면서 전국 단위 자사고는 모두 10곳이 됐다. 다만 하나고는 2019학년도부터 전국 단위로 선발했던 '임직원자녀전형'을 폐지하고 모든 신입생을 서울에서만 뽑는다. 그러나 여전히 재단전입금 비율이 20%여서 전국 단위 자사고로 분류된다.
전국 단위 자사고의 경우 재단전입금 비율이 20%여서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대신 학교, 교육과정 등을 운영할 때 자율권을 상당 부분 보장받는다.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자립고에서 출발한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대상자를 선발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자립고로 출발한 자사고들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부칙 제5조 제1항에서 사회통합대상자 의무 선발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평가 기준 점수를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10점 높인 80점으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상산고가 기준 점수에 불과 0.39점이 미달한 79.61점을 받아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관련 성명을 통해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재지정 기준점을 설정하고 평가 지표를 변경했다"며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역시 성명에서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며 "상산고도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위원회 심의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고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당장 상산고와 학부모들은 법적 소송 등 강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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