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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韓정부, 록히드마틴에 초저자세 논란…‘한국군 숙원’ 군통신위성 운명도 오락가락
-보잉과 록히드마틴, 한국 차세대전투기 선정 놓고 치열한 경쟁

-록히드마틴, 한국과 F-35 전투기 40대 7조4000억원에 판매계약

-‘전투기 핵심기술 이전, 위성 1개 제공하겠다’ 약속 거듭 어겨

-한국 정부, 계약 미이행하는 록히드마틴에 저자세로 일관 논란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F-35 비행 장면.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정부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중요한 약속을 여러 번 어기고 있는데도 초저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한국이 자사 F-35를 사주면 전투기 핵심기술을 한국에 이전하고, 군 통신위성 1대를 한국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이 약 7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 규모로 F-35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나자, 안면을 몰수하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핵심기술 한국 이전을 거부했고 군 통신위성 제공 약속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 올해 안에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록히드마틴에 저자세를 보이는 정부의 행태다. 정부가 구매자인 ‘갑’이면서 ‘을’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 때 대부분 벌어진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별다른 조치 없이 전 정부 때 행태를 답습하고 있어 무기 해외수입과 관련된 적폐 청산이 과연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구심마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군은 미래를 대비해 국산 기술로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록히드마틴이 제공하기로 한 핵심기술이 확보될 경우 보다 쉽게 진척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미측에서 끝내 기술이전을 거부해 현재 KFX 사업은 국내 군수업체들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심정으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 ‘큰손’ 고객인 한국에 계약 미이행 남발=록히드마틴은 여기서 더 나아가 F-35 구매계약 체결과 함께 한국에 제공하기로 했던 군 통신위성 제공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 회사는 생각보다 군통신위성 제공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한국 정부에 비용 분담을 요청하는 등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되풀이했다.

더 이상한 점은 이러한 미측 행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였다.

정부는 F-35 계약 때 제시한 미측 조건을 미측이 이행하지 못하면 이에 상응하는 합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계약 미이행에 따른 배상금을 받아내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했다. 무려 7조4000억원을 지출하는 정부로서 계약 이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배상 요구 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측의 갑작스런 위성 제공 거부 의사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11월 16일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무기 개발 및 수입 등과 관련된 군 내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록히드마틴의 위성 제공 사업과 관련해 사업이 지연돼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지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런 결정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물건을 사는 ‘갑’인 정부가 굳이 록히드마틴에 저자세를 보이는 배경과 관련, 다양한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군 당국은 “사업 지연으로 손해가 발생했지만, 록히드마틴이 한국 정부에 비용 분담을 요청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을 재개하게 돼 우리 군으로서는 최상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이 한국 정부에 비용 분담을 요청한 것 자체가 계약을 벗어난 것인데, 그것을 이유로 록히드마틴의 계약 미이행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제맘대로’ 록히드마틴에 너무 다소곳한 정부 태도 논란=일단 록히드마틴이 기존에 약속한 군 통신위성을 올해 11월께 미국 플로리다의 공군 기지에서 발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성 제공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방위사업청 측은 지난 7일 “록히드마틴은 F-35를 도입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과 관련해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에 제시했던 군 통신위성 제공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다”면서 “오는 11월 미국에서 이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절충교역은 무기 판매국이 구매국에 기술이전이나 부품발주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방사청 측은 “록히드마틴이 제공할 군 통신위성이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상업용 겸용 군 통신위성 무궁화5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록히드마틴이 제공하는 군 통신위성은 우리 군 최초의 군 전용 통신위성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연 배상금과 관련한 질문에 “지난 2016년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지연에 따른 배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문제는 감사원에서도 문제를 삼고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있는 셈이다. 하나는 정부 내 입장 정리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록히드마틴이 위성을 쏘아올려 사태를 일단락짓는 방안, 또 하나는 군 당국의 결정에 대해 감사원이 최종 감사 결과를 내놓고 그 감사 결과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첫째 방안은 마지막까지 록히드마틴이 한국 정부를 농락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져 국민 감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과연 올해 안 위성이 발사되기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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