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설 도중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
-한미국방장관 만나 전작권 전환 논의 “상당한 진전”
-문 대통령, 국방개혁 일환으로 전작권 조기환수 추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금까지 뭐했나 이거다. 나도 군대 갔다왔고 예비군 훈련 다 받았는데!…
위에 사람 다 뭐했어! 작전통제권, 자기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드럭 거리고 말았단 말입니까.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가가지고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박수).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들을 하고! (말이야).
작통권 돌려받으면 우리 한국군들 잘해요. 경제도 잘하고, 문화도 잘하고, 영화도 잘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보니까 못하는게 없는데! 전화기도 잘 만들고, 차도 잘 만들고, 배도 잘 만들고, 못하는게 없는데! 왜 작전통제권만 왜! 못한다는 얘깁니까!(박수)”
이른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명연설’의 연설문 일부다. 2006년 12월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주한미군으로부터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후 미국 등과 협의해 이듬해인 2007년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17일로 못박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작권 전환 날짜는 2015년 12월1일로 연기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0년대 중반쯤으로 다시 기약 없이 미뤄졌다.
향후 5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전작권 전환 문제가 한미 군 수뇌부간 중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을 역임한 현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웃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한미국방장관 만나 전작권 전환 논의 “상당한 진전”=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언론보도문을 통해 “양국 장관은 전작권 전환 준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주목하며,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조기에 충족시킬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공동언론보도문에 ‘상당한 진전’이라는 표현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한미 군 수뇌부는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환수를 의제로 다룬다. 이를 앞두고 만난 한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의 ‘상당한 진전’을 굳이 언급함에 따라 10월 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의 조정이 이뤄질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는 10월 SCM에서 다룰 전작권 전환 의제를 점검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한미 합의된 전작권 전환 원칙을 점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미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면서 앞으로 전작권을 전환하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 조건은 한국군이 제안한 것으로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연합방위 주도 가능한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한국군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등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다.
당시 전작권을 돌려받아야 할 입장인 한국군이 오히려 3가지 조건을 내걸고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사기도 했다.
▶문 대통령, 국방개혁 일환으로 전작권 조기 환수 추진=노무현 대통령의 동료 변호사이자 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28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대선 기간 임기 내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해 10월28일 서울에서 열린 제49회 SCM에서는 그해 6월말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전작권 전환의 조속한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한국군 주도의 미래 연합사령부’ 구조를 비롯한 주요 로드맵의 완성, 승인은 다음 해 SCM까지로 미뤄졌다.
국방부는 7월 중순께 청와대에 국방개혁 2.0안을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보고하면서 전작권 전환 관련 내용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장관은 지난 11일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방예산 대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국방개혁 2.0이 완성되는 2023년쯤에는 전작권이 환수돼 있을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 예상 시기를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전작권은 헌법에 의거해 대통령이 군 최고 지휘권자로서 갖는 국군 통수권에 속한다.
군 통수권은 국방장관에 위임되며, 군 작전권으로 불리는 군령권과 군 인사권으로 통칭되는 군정권으로 나눠져 군령권은 합동참모본부의장, 군정권은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위임된다.
한국군의 작전권은 6.25 전쟁 이후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지고 있었으나, 한국 정부(노태우 정부)의 작전권 환수 요구로 주한미군은 1994년 평시 작전권을 한국군 합참의장에 돌려주고 전시작전권은 단계적으로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군 합참의장은 1994년부터 평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지휘 구조가 자리잡게 됐다. 즉, 전작권 전환이란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시 작전권마저 우리 군 합참의장에게 전환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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