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긴 어렵지만 천문학적 손실이 예상된다. 또한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한중간의 갈등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일단 중국에서의 한류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고, 국유지와 사드 부지를 교환하기로 한 롯데에 대한 중국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4일 베이징 당국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외교부 등은 금한령에 대해 부인 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광고, 영화 출연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식 사드 발사대 |
이미 중국 방송사에는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가 사라졌고, 중국 업체들은 정부당국 눈치를 보느라 한류 연예인의 공연이나 출연 등을 광전총국 등에 신청하는 것마저 포기하는 경우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 공영 및 위성방송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 연예인 등이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다. 중국 내 영화관에서도 한국 영화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 매체에서 소개하기 바빴던 한류스타 보도도 급격히 줄었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9월 이후 42명의 한류스타와 53개의 한중 합작 드라마가 금한령 영향을 받아 위성방송 등에 방영 또는 출연이 금지됐으며 중국 드라마에서도 한국인이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상하이에 있는 롯데 중국 본사에 중국에 진출한 22개 계열사 대부분에 대한 세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또 베이징의 롯데마트 5개 점포를 시작으로 쓰촨성 청두와 랴오닝성 선양 롯데백화점 등에 소방점검이 실시됐다. 롯데제과도 지난달 30일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 공장이 점검 대상이 됐다. 선양, 청두의 롯데캐슬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폐쇄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류스타 금한령,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조치는 모두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이 지난 3일 ‘중국의 롯데그룹 조사는 사드 배치와 관련이 없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주장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지만, 한국 측에서는 그 보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이 “롯데와 사드는 무관하다”면서 “롯데에 대한 압박이 적법한 조치에 따른 조사”라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고, ‘이렇게 해도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보다 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한국 정부와 롯데가 실제로 연관이 없는 점들을 연결하고 있다”면서 “사드 문제에 롯데가 연관된 데 일부 중국인들이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번 조사는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합법적이고 일반적인 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정말 우려하고 있으며 한국은 양자 관계가 더 훼손되기 전에 사드 배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적절한 보복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오롄쿠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당국의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감독은 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 정부는 사드를 되돌릴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여서 향후 사드를 놓고 촉발된 한중 갈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월 4일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 직후 가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 동참을 촉구했지만, 중국의 반응이 지지부진하자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당일 주한미군 사드배치 논의를 공식화했다. 3월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공식 발표했고, 7월에는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사드 후보지로 선정된 경북 성주군이 예상 외로 격렬히 반발하자 한미 당국은 기존 성주 성산포대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사드배치 부지를 변경했다. 지난달에는 국방부와 롯데 측이 남양주 국유지와 롯데 골프장 부지 교환에 합의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상태에서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낮아 현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적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oohan@heraldcorp.com
사진: 사드 발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