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쟁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의 최경환 의원(국민의당, 광주북구을)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역 장성의 말을 인용해 처음 제기했다. 당시에만 해도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10월 중순부터 최순실 게이트가 연쇄적으로 폭로되면서 4월 전쟁설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일 광화문광장에 약 20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측 추산 4만5000명)이 집결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등 정권 퇴진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몇 안 되는 카드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전투기 편대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해 조언을 구한 대상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대통령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 검찰 수사가 의혹의 ‘몸통’ 격인 대통령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통한 국면 전환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 지명권을 행사하며 여전히 2선으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명시한 것에 대해 오히려 야권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어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장관과 달리 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총리에 취임하지 못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김 후보자의 총리 입각은 사실상 어렵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 낙마 후 마지막 카드는?=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꺼내 든 김 총리 후보자 카드가 통하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안이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숱한 정치 지도자들이 내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쟁 등 외부적 요인을 끌어온 사례에 주목한다.
최 의원은 지난달 4일 박 대통령이 사흘 전인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에 대해 “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문제”라며 “위기상황 앞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극을 반복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 종사했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정세분석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예비역 장성은 “나는 10.1 기념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단정한다”며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해오도록 계속 자극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장성은 또한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이 성공했고, 제재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을 통해 전쟁으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단히 과격하고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MB정부는 조만간 북한이 붕괴한다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비핵-개방-3000 정책을 수립했으나 MB정부는 임기 내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것도 못한 가장 무능한 정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 도발 야욕을 끝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 되고 장병 여러분들이 단합된 각오를 보여줄 때, 북한 정권의 헛된 망상을 무너뜨릴 수 있고 국제사회도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모아줄 것입니다”라며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국군의날 기념사 사실상 선전포고”=한미연합군의 방위력 증강도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북한군이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해 도발원점을 타격하는 킬체인, 미사일 발사 후 이를 요격하는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북한의 공격에 대해 보복, 응징하는 KMPR(대량응징보복체계) 등 한국군 단독작전 개념의 한국형 3축체계를 공식화했다.
또한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궤적정보 등 민감한 군사정보를 한미일 3국이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한미, 미일간 군사정보협정이 체결돼 있어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이 체결되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미일간 3국의 긴밀한 공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쟁 초기 북한의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해 전쟁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유럽산 장거리공대지유도미사일 타우러스 170여발을 올해 실전배치하고 90여발을 추가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거리 약 500㎞인 타우러스는 우리 공군 F-15K 전투기가 대전 상공에서 발사하면 평양 주석궁의 원하는 창문을 지정해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한 명품 무기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일에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서울에서 열린 한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내년 말까지 배치 예정인 사드 배치시기를 수개월 앞당기고 주한미군이 보유한 현존 세계 최강 공격헬기로 꼽히는 아파치의 헬기 숫자를 한국군 수준까지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지난 5월부터 아파치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36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현재 주한미군에는 아파치 헬기를 운용하는 1개 부대가 있는데 향후 2개 대대로 증강해 30여대 이상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한미간 연합훈련에서는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한미 특수부대의 적 지도부 참수작전, 한미 해병대의 상륙작전 뒤 적 핵심도시 전개 및 점령작전, 한미 해병대의 북한 피난민 수용훈련 등이 실시됐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