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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미군에게 제3의 장소란 없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사드 제3의 장소를 언급했지만, 청와대가 다시 나서 요청에 대한 응답 차원일 뿐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등 제3의 장소 언급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4일 당일 국방부 역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먼저 발표한 “성주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 제3의 장소 재검토의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국방부는 제3의 장소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경북 성주군)가 성주군 내 제3의 장소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할 경우, 사드 부지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제3의 장소 논의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성주 군민들이 성주 사드배치 자체에 대해 결사 반대하고 있는 이상, 이들이 직접 나서서 제3의 장소 검토를 요청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제3의 장소 검토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에는 국방부가 성주 군민들에 제3후보지 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대책위 측에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합동조사단 제안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사드배치에 대한 정부와 성주군 측 입장차가 크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게 밝혀진 셈이다.

제3의 장소 검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극히 낮은 건 미국이 제3의 장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주 염속산 [사진=구글지도]

성주 까치산 [사진=구글지도]

현재 제3의 장소는 성주군 내 현재의 성산포대 근처보다 인적이 훨씬 드문 지역 중 염속산, 까치산 등이 거론된다. 성주 주민과 지도 등에 따르면, 성산포대 앞 수백미터 반경 내에 성주군의 핵심 기능이 대부분 모여 있지만, 염속산이나 까치산 인근은 지금의 성산포대 인근보다 훨씬 인적이 드물다.

그러나 같은 성주군 내에 있더라도 성산포대와 염속산 또는 까치산의 접근성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지역 주민의 설명이다.

현재의 성산포대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미군기지까지의 접근성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성산포대에서 왜관 미군기지까지는 차로 약 10분 전후의 거리다. 미군은 주한미군을 크게 중부권(평택)과 남부권(왜관 등)으로 재편하고 있다. 남부권 주한미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왜관과의 접근성은 주한미군 운용상의 편의성 면에서나 전략적인 면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성산포대로 최종 결정된다면 미군으로서는 왜관 미군기지의 병력들이 성산포대까지 출퇴근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과 차로 10분 거리에 4차선 도로까지 훌륭하게 갖춰져 있어 왜관 미군기지의 일부분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럴 경우 성산포대에 미군이 주둔할 막사 등을 따로 짓지 않아도 된다. 또한 유사시 긴급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염속산이나 까치산은 같은 성주군에 있는 지역이지만 왜관 미군기지의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한 거리다.

왜관 미군기지에서 염속산이나 까치산에 가려면 차로 20~30분 가량 달려야 한다.

유사시 대응성이 떨어질 수 있어 염속산, 까치산을 제3의 장소로 선정한다면 해당 지역에 미군 주둔을 위한 막사를 따로 지어야 되고 부대 운용상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거기 밖에 대안이 없다면 할 수 없이 해야 하겠지만, 현재 미군에서 성산포대라는 좋은 옵션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고려한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염속산의 경우, 산 앞에 또 다른 산이 있어 시야가 일부 가리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방이 확트여 있어야 하는 레이더기지 입지상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 군 역시 미군의 이런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미군에게 제3의 장소란 없는 셈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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