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 행보에 의문 부호가 붙는 시점입니다. 안 대표가 대선 출마(2012년 9월)를 한 시점부터 대략 2년 가까이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안 대표의 주변엔 도무지 사람이 붙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결국 정치란 ‘내 사람’을 늘려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사람을 모아 세력을 만들어 힘을 키우고, 이를 통해 여당과 협상을 하며, 그런 과정을 거쳐야 결국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 대표 곁을 지키는 인사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거의 없습니다.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초창기였던 2012년 10월께. 그의 곁엔 유민영 대변인만이 있었습니다. ‘일 당 백’ 역할을 했던 유 대변인은 그러나 쓸쓸하게 안 대표의 곁을 떠났습니다. 유 대변인은 떠나면서 “제가 생각했던 상황과는 다르더라”는 말만 했습니다.
그 이후 안 대표의 곁을 여러 사람들이 거쳐갔습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 대표를 떠난 안철수 측 인사들로는 유민영, 박선숙, 박호군, 김성식, 윤여준 등 줄잡아 10여명을 넘어섭니다. ‘핵심 중의 핵심’이란 인물 가운데서 안 대표를 지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도 사실상 김한길계 인사로 분류됩니다. 특히 안 대표가 십고초려해 모셔왔던 윤여준 전 장관은 안 대표를 향해 ‘호랑이굴로 들어간 사슴’이라고 안 대표를 조롱했습니다.
지난 4일에는 또다른 안 대표의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사진ㆍ47) 대변인은 이날 당 지도부의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하면서 ‘항의성 사임’을 선택했습니다. 2년 가까이 안철수 공동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안철수의 남자’가 또다시 안 대표의 곁을 떠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금 대변인은 이날 ‘고별 브리핑’을 열고 “오늘 대변인 직을 사임하려고 한다. 부족한 제가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날카로운 시각과 따뜻한 마음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안 대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론관 바깥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그는 안 대표와 관련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망과 좌절, 그리고 지난 2년간이 ‘후회’로 남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 대변인의 이날 사임은 동작을 출마를 선언했던 본인 대신 기동민 서울시 정무 부시장이 동작을에 전략공천 된 것에 대한 항의성 사임이라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당의 뜻을 받아 들인다’는 지난 3일 금 대변인의 담담한 말과는 달리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금 대변인은 자신의 동작을 공천이 좌절된 것을 지난 3일 오전 전해듣고, 대변인실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의 안 대표에 대한 좌절과 실망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출근 안하고 뭐하셨냐’는 질문에 “당직이 아닌 경우엔 매일 출근은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3일이 당직이셨다’는 재차 질문에 대해선 “그동안 동작을 지역 사무실에서 수고하셨던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죠.
금 대변인은 안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페이스북인 ‘진실의 친구들’ 등을 운영하면서 안 대표를 향한 의혹제기에 대해 ‘해명’을 내놓는 등 안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던 사실상의 ‘개국 공신’에 해당합니다. 그랬던 금 대변인 대신 안 대표가 기 전 부시장을 동작을에 전략 공천하자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새누리당 정준길 씨가 ‘안철수의 여자관계’를 거론하면서 안 대표의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던 사안을 폭로한 것도 금 대변인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금 대변인을 낙천 시킨 이유에 대해 금 대변인이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에서 낙선할 경우 안 대표가 져야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자칫 ‘제 2의 윤장현’이 될 수 있는 금 대변인이기에 안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입니다. 당 내부 조사결과에서 금 대변인의 지역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에 금 대변인 카드를 안 대표가 포기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정치인 안 대표가 걷고 있는 길은 점점더 외로워 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돌면서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여전히 안 대표의 곁에 ‘내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사는 거의 없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탈당해 안 대표측에 합류했던 송호창 의원과도 안 대표는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 대표가 대표가 된 이후 걸어온 정치 행보를 요약하면 굴려도 커지지 않는 눈덩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사람을 챙기고, ‘저편’에 있는 사람이 내게 빚을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등의 대인관계 역량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뜻 ‘너무 깨끗한 물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문구가 안 대표의 얼굴에 겹치기도 합니다. 정치도 결국은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