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법원의 결정ㆍ판결에 ‘입맛따라’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관련,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정식 기소되자 ‘환호’했던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 노조 판결’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그러나 전교조가 노조 지위를 상실한 근본 원인은 ‘법원 탓’이 아니라 ‘법’ 때문이란 지적이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이상용 판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밀누설 혐의로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된 정 의원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 판사는 “공판 절차에 의한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약식 명령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식기소된 강 의원 등 4명도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정식 재판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환호’했다. 새정치연합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검찰의) 약식명령이 부당하고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정의를 찾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무죄’를 주장하는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4명도 이날 정식 재판으로 변경됐다.
불과 이틀뒤인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고용부 처분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도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법원을 비난했다. 판사 출신인 새정치연합 박 의원은 “법원 출신으로서 참으로 서글프다. 오늘의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은 6만 명의 합법적인 조합원은 도외시하고 9명의 해직교사 오로지 그 하자만을 가지고 법의 노조로 통보 처분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결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고 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의 이날 판결은 상당 부분 미리 예견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행 교원노조법(2조)은 해고된 사람에 대해서는 교원으로 볼 수 없도록 하고 있고, 노조법(2조)은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했을 경우엔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 9명을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은 해직 교사들을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의 노조 자격을 박탈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노조 지위 박탈은 법에 따른 것이지, 법원의 자의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 특히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박범계 의원의 표현대로 ‘주장 자체로 이유없다’는 반박도 가능한 셈이다.
야당은 뒤늦게 교원노조법 수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윈회의에서 “국가인권위와 ILO 권고의 부응하는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박영선 원내대표도 “국제적 기준에 맞는 교직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교원노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전교조 관련 판단에 대해 야당은 법원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진작부터 법을 수정했어야 했던 것 아니냔 설명이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해야할 것은 법원 비난이 아니라 법을 수정했어야 했단 얘기다. 더불어 사법부(법원)를 향한 입법부(국회)의 비난은 ‘3권 분립’ 원칙에도 위배된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