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자리에 국민이 우뚝 섰다. 바야흐로 ‘국민 전성시대’다. 국민이라는 실체 앞에 법도 제도도 사회적 관행도 모두 꼬리 내렸다. 국민의 심사를 잘 못 건드렸다간 그 무엇도 온전할 수 없다. 어느 순간 공직은 적폐(積弊)의 온상으로 찍히고 말았다.
국민의 힘은 거칠 것이 없다. 선거까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입김, 그러니까 여론의 향배에 정치적 생명이 오락가락한다. 힘이 있든 없든 정치인이라면 표심 살피기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한 순간 밉보이면 그 것으로 정치적 생명은 끝이다.
전면개각이 불가피하게 된 것도, 얼마 전 대통령의 두 눈에 눈물을 쏙 빼낸 것도 국민이다. 공직사회의 고강도 청렴을 요구하는 ‘김영란법’의 부활도, 세월호 재발 방지를 위한 ‘유병언법’의 발호(發號)도 사실상 국민이 이끌고 있다. 이런 국민이 초강력 ‘국민정서법’까지 갖췄다. 물론 국민정서법이 만고진리일 수는 없다. 불문율(不文律)인데다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법규범을 무시하는 맹점이 있긴 있다. 그럼에도 헌법보다 더 센 것이 국민정서법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 나라 다시 세우기가 최대 화두다.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가 맨 앞에 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 5개월간 벌어들인 돈 16억 원이 문제다. 3억 원을 뒤늦게 기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밝힌 직후 일이라고 한다. 야당은 그를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백미인 ‘법피아’의 대표적 인물로 지목했다. 안 지명자가 스스로 지나쳤다며 11억 원을 전액 기부하겠으니 기분 좋게 생각해달라고 했지만 야당은 청문회를 단단히 벼른다.
결국은 국민이 나설 차례다.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인 만큼 냉철하게 법 감정을 다스릴 때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