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56% “반드시 참여” 관심집중
사전투표 등 6·4지방선거 투표율 상승할듯
호주·유럽 국가들 의무화…투표율 높아
투표율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대표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예컨데 유권자 절반의 투표율에, 절반의 득표로 당선된 후보는 전체 유권자의 25%만의 지지로 당선된다. 당선돼도 ‘20% 안팎’의 지지율로 당선된 후보는 대표성에 의문부호가 붙기 마련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투표율은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OECD 최저수준=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투표율이 최하위 수준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투표해도 안 바뀐다’는 인식, ‘정치 냉소’를 정치 비판으로 착각하는 세태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비해 호주 및 유럽 국가들의 투표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참정권을 얻기 위한 노력이 역사적으로 오랜 국가들은 투표를 의무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국가가 제도로 투표 참여를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한 때문이다. 투표를 의무화한 국가 가운데 투표율이 낮은 곳은 스위스인데, 이는 샤프하우젠 주에만 의무 투표가 적용된 탓이다. 프랑스는 투표 미참여시 벌칙조항이 없어 투표율이 낮다. 대통령제인 한국은 대선 투표율이 그나마 가장 높은 편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 보다 투표율이 낮고,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투표율이 더 낮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이전보다 투표율이 높을 지 관심이 쏠린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터진 ‘세월호 사고’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선거의 핵심이슈로 자리잡았고,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으로 ‘사전 투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전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선관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5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지방선거 조사 때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54.8%였고, 실제 투표율은 54.5%였다. 사전투표에 대한 인지도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권자 10명 중 8명(81.7%)이 사전투표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는 5월30일과 3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틀 동안 실시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하다.
▶옛말된 ‘고야저여(高野低與)?’= 전통적으로 투표율에 따른 여야 유불리 셈법에선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 연령층의 투표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은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선호한다는 정치이론도 ‘고야저여’ 관측에 녹아있다. 지난 2012년 대선 전 투표 시간 연장안을 꺼낸 측이 야권이었다는 사실과, 올해 새정치민주연합측이 사전투표 등을 활용해 투표율 높이기에 적극적인 것도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에 깨진 여러가지 ‘선거 공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야권 후보를 지지하던 인사들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춤을 추겠다거나, 누드 퍼포먼스를 약속하는 등의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놨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2012년 대선 투표율(75.8%)은 2008년 대선 투표율(63.0%)보다 무려 10% 넘게 높았지만 선거결과는 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지방선거 핵심 이슈는 ‘정권심판’이었다. 5번의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를 거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선 선거 직전 불어닥친 ‘세월호 사고’가 여타 다른 선거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벽보 제출 마감일인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출된 선거벽보를 심사하고 있다. 17일 부터 시작된 선거벽보 제출은 21일 18시까지 마감이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
▶투표를 강제로?= 정치권 일각에선 투표율 제고를 위해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칙(페널티)을 부여하는 투표의무제나 투표를 했을 경우 혜택을 부여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투표의무제를 시행중인 호주에서는 투표에 불참할 경우 20달러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최대 170달러의 벌금형과 일정 기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 때문에 호주의 투표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호주말고도 여럿있다. 아르헨티나는 10~20 페소, 스위스는 3 스위스프랑, 키프로스는 300 키프로스 파운드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싱가포르에선 투표 불참시 다음 투표 때 투표권을 박탈하고, 벨기에는 15년 동안 4회 이상 투표에 불참할 경우 투표권이 10년간 박탈된다.
다만 의무투표가 무성의한 투표행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자유의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 투표확인증을 발부해 투표 참여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국회의원선거 때 투표 인센티브제의 일환인 ‘투표참여자 우대제도’를 시행해 국공립 유료시설의 이용요금을 할인해주거나 면제해 준 바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엔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홍석희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