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찰 이후엔 해운업계 지원법안도
與의원 대다수 속 野선 전혜숙前의원 뿐
정치권 전체로 비난여론 불똥…野선 답답
세월호 사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선주협회가 여야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외유 비용을 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8년 설립된 국회 연구단체 ‘바다와 경제 포럼’이 협회와 의원 사이를 잇는 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전혜숙 전 의원이 해당 외유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1일 한국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09년부터 5차례에 걸쳐 18명의 국회의원들의 외유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와 경제 포럼’ 대표인 박상은 의원은 5차례 모두 참여했고, 정의화ㆍ장관근ㆍ강길부ㆍ김무성ㆍ김성찬ㆍ김한표ㆍ함진규 의원 등도 1회 이상 협회의 지원으로 외유성 시찰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선 전 전 의원이 참석했다.
박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가보면 호텔도 없는 곳이다. 이채익 의원은 울산 항만청장 출신이고, 주영순은 목포 해양대 인사다. 같이 간 인사들은 모두 관심이 있어서 고생하러 다녀온 것이지 뭐가 모자라 배타고 다니며 외유를 하겠냐”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올해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와 두바이, 청해부대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해외 시찰을 마친 의원들은 해운업계를 지원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해운업계 구조조정 지양, 3자 물류업체 활성화 지원, 해운 보증기금 설립 촉구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4월 여야 국회의원들은 한국선주협회가 주관한‘ 선상 체험(3월 실시)’에 대해 감사의 뜻으로 체험 당시 탑 승했던 한진베이징호를 탑승, 협회 김영무 전무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협회와 국회의원 사이에는 ‘바다와 경제 포럼’이 중간 매개 역할을 했다. 포럼에 협회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비용을 대고, 의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다음 해운업계에 유리한 법안 처리 등에 힘을 쏟는 등의 로비 창구가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오전에도 포럼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포럼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리에는 국회의원 10여명과 업계측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고 기념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논란 탓에 선거를 앞둔 인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의화 의원은 국회의장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유성 시찰 논란으로 의장 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이날 중 해명 자료를 내려 했던 박 의원을 가로막은 것도 정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은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싫다’고 박 의원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장 후보로 등록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 장관 시절 안전 책임 총괄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에 이어 협회와의 관계까지 불거지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3월 ‘박심(朴心)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다시 입길에 오르내린다.
새정치연합측도 곤혹스럽다. 여당 의원들이 대다수인데 야당 의원 한명이 포함돼 ‘여야 국회의원들’로 묶이는 것이 마뜩치 않은 탓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은 현 의원도 아니고 전 의원이다. 국민들이 구분해서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광진구 구청장 후보로 등록한 전 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선원들의 어려움을 들어보는 말하자면 ‘국회판 삶의 체험 현장’이었다”며 “비용도 저희들이 40~50만원씩 내고 회비로 갔다 왔다”고 해명했다. 유일 야당 의원인 점에 대해선 “함께 가려고 했던 야당 의원들이 전부 빠지게 됐고 강창일 의원이 복지위 소속 의원도 있어야 한다고해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석희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