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세월호 사고’ 때문에 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각 당의 유불리를 고려해 사상 초유의 ‘전국 선거 연기’라는 전례를 만들었다간 가뜩이나 예민해진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196조)은 선거 연기 이유를 ‘천재지변’과 ‘기타 부득이한 사유’ 두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를 ‘세월호 사고’라 볼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선거를 연기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지자체장 및 지자체의회)는 해당 지역의 선거관리위원장과 현역 지자체장이 협의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지방 선거 연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이 국회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야가 선거를 연기하기 위해선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야가 협심해 법을 개정할 공산도 있지만, 선거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전례가 없다는 점도 지방선거를 미루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여야 합의로 선거일정을 미룬 사례가 있지만 전국 3000명이 넘는 후보들을 뽑는 초대형 선거일이 연기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연기됐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거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여야 모두 6월초에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 정부 대응이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안전’을 국정 우선 과제로 삼았던 현 정부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도 불구하고 , 피해 가족들의 정부 당국을 향한 불신의 목소리는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피해 가족들이 주말 사이 청와대로 행진했던 것도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노선을 바꾼 다음 공천 일정이 표류하고 있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에 세월호 사고까지 겹치면서 선거 준비가 ‘초미지급(焦眉之急)’ 상황이다. 20일 실시 예정이었던 부산 경선, 21일 경남경선, 27일 경기 경선 일정은 줄줄이 연기됐다. 기초단체장 자격 심사 결과 역시 지난주 중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잠정 연기됐다. 한 의원은 “이번 주중 선거 운동을 재개할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선거 연기론’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풍을 우려해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전혀 검토된 바 없다. 지금은 구조 작업에 만전을 기할 때”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선거는 전쟁 중에도 치러진다. 유불리 따졌다간 민심이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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