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1년쯤 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당선 허니문’ 기간인데도,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처리해주지 않는 야당을 향한 분노가 TV화면을 타고 고스란히 생방송됐다. 당시 개편안 가운데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고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부처 명칭 변경은 국민들의 ‘안전’을 행정보다 우선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유달리 ‘어머니’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아픔 등이 선거운동 구간구간 마다에 등장했고 이는 많은 국민들에 감동을 줬다. 첫번째 여성대통령을 만들자는 국민들의 숭고한 뜻은 4대악 가운데에 다소 어색한 ‘불량식품’을 넣은 것 까지도 용인해줬다. ‘어머니의 마음’은 아이들이 먹는 사소한 먹거리까지도 걱정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부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최근 대형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로 갓 입학한 대학생들이 사망했고, 두달 후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구조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실종자수가 200명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소식은 당분간 더 들어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는 전라남도 진도 실내체육관을 직접 방문하는 열의도 보였다. 그는 문제가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고, 박 대통령 자신의 전화번호를 피해 가족들에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의 어설픈 현장관리에 분통을 터뜨리던 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진심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는 대통령의 모습이 무엇보다 고마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 어색하다.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콘트롤 타워 부재’에 박 대통령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은 불과 한달전, 현역인 유정복 안행부 장관을 인천시장 후보직으로 내려보내며 ‘잘 되시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객선 침몰과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안행부 수장 자리에 유 전 장관을 붙들어 뒀으면 어떠했을까? 최소한 안행부가 ‘당초 모든 학생들이 구조됐다’는 잘못된 발표로 피해 가족들의 비난을 사는 일은 없었을 수 있다. 그 누구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런 것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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