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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새정치연합의 ‘무지개 서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빨주노초파남보’는 무지개 색깔이다. 누구나 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지개 선대위’를 꾸렸다. 쉽고 친근하고 ‘모두 포괄했다’는 의미도 함축한다. 선대위원장 숫자도 7명으로 딱 맞췄다. 역대급 대선 후보들이 다 들어갔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다. 역대급 인사까진 좋았는데 이들의 ‘서열(발언 순서)’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면 연장자 순, 가나다 순이 맞겠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다. 다들 대한민국의 유일자(대통령)가 되는 것이 꿈들인 분 아닌가.

그래서 이것과 저것, 그리고 그것을 다 고려해 만든 최종 도출안이 ‘안철수(빨)-김한길(주)-문재인(노)-정동영(초)-손학규(파)-정세균(남)-김두관(보)’ 순서다. 불참한 손 고문을 제외하고 이 순서대로 지난 11일 열린 중앙선대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6ㆍ4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김두관 전 경남지사,정세균 의원,김한길 대표,안철수 대표, 문재인 의원,정동영 전 의원) 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순서대로 짚어 보자. 첫번째와 두번째는 쉬웠다. 당 대표가 두 명이니 차례대로 서열을 정하면 될 터였다. 김 대표가 배려차원에서 발언 순서를 안 대표에 양보했고 그 다음이 김 대표가 됐다.

머리가 아픈 건 다음부터다. 국회의원들은 통상 ‘선수(선거에 당선된 횟수)’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한다. 그런데 현역 아니신 분들이 많다. 정동영ㆍ손학규ㆍ김두관은 대권 후보들이지만 현역은 아니다. 문재인 의원은 심지어 초선이다. 나이로만 보면 손학규(47년생)-정세균(50)-문재인(53년 1월)-정동영(53년 7월)-김두관(59) 순서다. 지지율 순으로만 치면 문재인-손학규 등이지만 이 역시 답은 될 수 없다. 머리가 지끈댄다.

고차방정식의 해법은 김 대표가 제시했다. 우선 고려 대상은 ‘문재인’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 9일 문 의원을 만나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형식은 요청이었지만, 내용은 부탁에 가까웠다. 발언 순서도 이 부분이 고려됐다. 일껏 모셔온 다음 발언 순서를 뒷번을 줘선 안될 터였다.

그래서 문 의원을 1번(김한길 다음)에 넣었다. 다음 순번은 문 의원에 맞췄다. 본선에서 상대당 후보와 맞붙었던 인사를 우선 순위에 넣은 것이다. 정동영 고문이 문 의원 다음에 배치된 것은 이 때문이다. ‘손학규-정세균’이 배치된 것은 역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낸 인사들이다. ‘손-정’의 순서는 나이순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제일 마지막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란이 일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을 싱크탱크 삼아 활발한 원외활동을 벌이는 손 고문이 석연찮은 이유로 11일 오전 첫 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손 고문의 불참에 대해 김한길 대표는 ‘개인 선약’ 때문이라 설명했지만, 손 고문은 지난 10일만해도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당이 이날 아침 손 고문의 회의 불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회의 시작 30분전인 8시30분께로 알려진다. 손 고문과 연락한 당직자는 “건강 문제 때문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와 당직자 설명이 다르다. 손 고문의 불참에 다른 해석이 따라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째론 ‘서열’이 손 고문의 심기를 불편케 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손 고문은 문 의원과 ‘피터지는’ 전투(당내 경선)를 벌였고, 지금도 손 고문 측 인사들은 경선 패배 요인을 ‘모바일 투표 때문’이라 생각한다. ‘문재인-정동영-손학규’로 이어지는 순서매김을 손 고문이 불편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지지율로 보면 문재인이 본인보다 앞선 것에 대해선 긍정할 수 있지만 ‘정동영 고문’보다 본인이 뒤로 밀린 것은 납득키 어려웠을 수도 있다.

지난 11일 새정치연합의 첫 선대위원장 회의에서 위원장들은 회의 시작 전 ‘민생승리 화이팅, 민주승리 화이팅, 새정치 화이팅’을 외쳤다. ‘민생’이 첫번째 순서에 배치된 것은 지방선거 핵심 가치로 ‘민생’을 꼽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면 ‘무지개 서열’은 민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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