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전라남도 도지사에 출마키로 하면서 전남지사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박 의원은 그간 꾸준히 ‘중진차출론’을 언급해왔지만 최근 통합신당 창당 등 야권의 역학 구도가 뒤바뀌면서 중진차출론의 명분이 약해진 상태다.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고있던 전남지사 후보군들이 ‘화들짝’ 놀라는 형국이다.
박 의원은 4일 오전 전남도청 기자실을 방문 “전남지사 출마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지지를 보내주시니 책임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말했고, “지도자는 잔인한 결정을 해야할 때도 있다”는 말로 전남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이어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는데도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10%, 적게는 간발의 차로 높은 지지를 받아 굉장히 감사하고 도민들에게 송구하다”며 “실질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전남도의 창조적인 일을 할 최고의 후보가 나오는 것이 도민에 대한 예우”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전남지사 후보군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간 박 의원이 밝혀온 ‘중진차출론’의 배경엔 전남 지역에서 안철수 의원측 후보가 민주당 측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면,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후엔 민주당 후보와 안 의원 후보 구분이 아예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측은 주 지지층이 박 의원과 겹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전남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지도자의 생명은 국민의 신뢰에 있으며 지도자의 말 바꾸기는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지도자의 생명을 갉아 먹는다”며 “말 바꾸기는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말 바꾸기를 통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전남도민과 전남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도민들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박 의원은 신뢰의 정치, 약속의 정치를 실천해온 분으로 야권의 통합을 원하는 민심이 무엇인지 전남 도민의 뜻을 현명하게 판단하여 정치적 결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대한 직접 비난보다 ‘정치적 결정’이란 단어로 출마 의사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 의원의 완곡한 박 의원 비판엔 전남 동부권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서부권 후보가 많아질 수록 주 의원 본인이 유리해 질 것이란 판단도 가미된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측 전남지사 후보로 알려진 이석형 전 함평군수도 “박지원 의원은 ‘말정치’의 대가다.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목포에서 많은 분 만나보니 지난해 여름부터 (전남지사 출마를) 흘렸다고 한다”며 “박 의원이 지사에 출마하면 국회의원은 누가 할 것인지 각본까지 다 짜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말 바꾸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남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것은 통합 신당 창당 선언과 후속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박 의원의 당 대표가 되려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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