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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태일> 특권 빠진 특권 내려놓기

“별 것 아니니까 내려놓겠다는 것이겠죠.”

전부터 알고 지내온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의 얘기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특권방지법을 발표한 지난 3일 의원회관실에서 상임위원회 몇 곳을 돌고 왔다는 그를 만났다. 5년 이상 국회의원을 상대해온 이 관계자는 “정작 내려야 할 특권은 꼭 쥐고 있는 것 같다”며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특권 내려놓기 제안에 새누리당이 환영을 표하며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을’의 반응은 대체로 차가웠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처럼 굵직한 제정안도 있었지만 대관 담당자들은 공감하기에는 온도 차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캐시카우’로 지적된 출판기념회 비용과 수익 관련 회계 투명성을 강화키로 했지만 기업에 더 큰 부담은 돈보다 ‘동원령’이다. 의원 출판기념회에 많이 모이면 최대 1000~2000명 정도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까지 ‘무언의 압박’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특히 불참 시 의원실에서 경쟁사 대관팀과 비교해 “어디는 왔는데 이쪽은 안 보이더라”식의 전화가 오면 다음에 안 갈 수가 없다는 것이 대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의원들의 진짜 특권 중 하나는 캠페인 개최인데 이 부분이 빠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통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나 전국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창출’ ‘상생’ 같은 주제로 지역 챙기기용 캠페인을 여는데 여기에 ‘헌납’되는 자금 규모는 출판기념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의원실마다 캠페인 규모별로 다르지만 각 기업은 100만~1000만원의 협찬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6ㆍ4지방선거 앞두고 지역마다 예비 후보자의 크고 작은 캠페인 개최가 예고되고 있다. 그 중 유력 후보자가 개최하는 캠페인의 경우 향후 관계를 고려하면 꼭 참석할 수밖에 없다고 대관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이와 함께 임기 말 법안 발의가 뜸하고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의원도 생기는데 세비 삭감이 아닌 외부감사로 대체한 것도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도 “세비 문제를 얘기할 때”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일단 국민은 특권 방지라는 선물을 받았다. 이번에도 포장지는 그럴싸하다. 하지만 국민은 속이 꽉찬 내용물을 원한다. 그래야 받는 사람도 기쁜 선물이 된다.
 

정태일 정치부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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